서울시 제출 577억원서 시의회 '100억원 삭감'…내년 시지원금 400억원 가까이 줄어들 듯
시의회 "반값등록금으로 줄어든 등록금 차액, 서울시 재정 투입해 충당" 강력 비판
김현기 시의장 "시립대 800위권대…경쟁 필요 느끼지 못하는 대학시스템이 자초"
시립대 총장 "개교 이래 이처럼 삭감된 것은 처음…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서울시립대 지원금을 대폭 삭감한 데 대해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이 큰 우려를 표했다. 앞서 국민의힘 중심의 시의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반값등록금을 도입해 대학경쟁력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방만운영을 야기했다"며 삭감 배경을 밝혔다.
16일 서 총장은 이날 교직원과 재학생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개교 이래 서울시 지원금이 이처럼 대폭 삭감된 것은 처음"이라며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어 다음 회계연도 시립대 예산을 서울시가 제출한 577억원에서 100억원(17.3%) 감액한 477억원으로 확정했다. 시립대 예산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경제위원회에서 일부 증액된 615억원으로 의결됐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치면서 오히려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기준 시립대의 전체 예산 1403억원 중 시지원금은 875억원(추경예산 31억원 포함)으로 약 62%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날 시의회를 통과한 예산대로라면 시립대에 대한 내년 시지원금 규모는 400억원 가까이 줄어들어 '반토막'이 된다.
서 총장은 "여러 차례 시의회 의장과 예결위원을 만나 예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 과정에서 반값등록금 원상회복을 위해 우리 대학의 재정 확충이 시급하다는 시의회의 강한 의지를 확인했고, 결국 의결 과정에서 큰 폭의 예산 삭감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와 소통하고 설득해 어렵게 책정한 우리 대학의 내년 예산안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시립대에 대한 전례 없는 운영 예산 삭감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으로 시의회 다수당이 교체되면서 박원순 전임 시장 시절의 시립대 지원을 '방만 운영'으로 보고 이를 시의회가 문책하려는 조처라는 시각도 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측은 박 전 시장 시절인 2012년 도입된 시립대 반값등록금이 대학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됐다며 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값등록금으로 줄어든 등록금 차액을 서울시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충당하면서 방만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전날 본회의에서 "2012년 세계대학랭킹 500위권이던 서울시립대가 올해 800위권대로 하락한 것은 '경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대학시스템' 때문"이라며 "내부 구성원에게 연구실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쇄신을 요구하고, 대학 스스로 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게 하기 위한 실질적 처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