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32강 프레스턴전 환상적인 멀티골로 자신감 충전
"선발 제외하라" 등 쏟아졌던 혹평들 폭풍 찬사로 덮어
다음달 6일 맨체스터 시티전 맹활약 기대 목소리 커져
손흥민이 환상적인 멀티골을 터뜨리며 쏟아졌던 혹평들을 찬사로 밀어냈다.
손흥민은 29일(한국시각) 영국 프레스턴 딥데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23 영국축구협회(FA)컵’ 4라운드(32강전)에서 프레스턴(2부리그)을 상대로 후반 5분 선제골·후반 24분 추가골로 시즌 7·8호골(EPL 4골)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손흥민 멀티골에 '이적생' 아르나우트 단주마 쐐기골을 묶어 3-0 완승했다.
체력 안배를 위해 해리 케인이 빠진 가운데 손흥민은 이반 페리시치-데얀 쿨루셉스키와 전방에서 호흡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빛난 공격수는 역시 손흥민이었다. 4개의 슈팅 모두 유효 슈팅으로 기록될 만큼 날카로웠고, 키패스도 1개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96%에 달했다. 가장 중요한 골은 2개나 터뜨렸다.
전반 두 차례 유효 슈팅으로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준 손흥민은 0-0 맞선 후반 5분 페널티박스 아크 뒤에서 왼발 감아 차기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약 25m 지점에서 시도한 손흥민의 중거리 슈팅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프레스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 4일 크리스탈 팰리스전 이후 긴 침묵에서 깨어난 손흥민은 그 자리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후반 24분에는 박스 중앙에서 페리시치 힐킥 패스를 받아 탄성을 자아내는 터치에 이은 왼발 터닝 슈팅으로 다시 한 번 프레스턴의 골문을 뚫었다. 멀티골은 지난해 10월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홈) 프랑크루르트전 이후 108일 만이다.
이번 멀티골은 정말 특별한 의미를 안고 있다.
지난 시즌 득점왕에 등극한 손흥민은 올 시즌 부진으로 EPL 데뷔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놓여있었다. 올 시즌 EPL 19경기에서 4골·3도움에 그친 손흥민을 향해 ‘최악의 득점왕’ ‘벤치 전력’이라는 거친 소리까지 들렸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지만, 팀 성적까지 주춤하면서 침묵하는 손흥민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었다.
이때 공격수 단주마까지 토트넘에 합류하자 일부 현지언론들은 “손흥민 대신 단주마가 선발 멤버가 될 수도 있다”는 자존심 긁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손흥민은 주저앉지 않았다. 이날 환상적인 감아 차기와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가치를 입증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꼭 필요한 시점에 골이 나왔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해 쏟아졌던 비판과 질타들을 잠재우고 폭풍 찬사를 이끌어냈다.
최근 두 차례나 최저 평점과 혹평을 받았던 손흥민은 이날 출전 선수 가운데 최고의 평점(9.1)을 받았다(후스코어드닷컴). 이날 8점 이상 받은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했다. 풋볼런던 역시 최고점인 평점 9점을 매기며 “후반 들어 손흥민은 환상적인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고, 영리한 턴과 슈팅으로 멀티골을 만들어냈다. 경기장 위 모든 선수들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이었다”고 평가했다.
잉글랜드 축구의 레전드인 시어러도 영국 BBC를 통해 “놀라운 왼발 감아 차기다. 손흥민의 골은 완전히 골문 구석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골키퍼가 손을 쓸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오늘 움직임이라면 해트트릭도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손흥민이 후반 39분 교체 아웃되면서 해트트릭 기회를 놓쳤지만, 시어러는 경기 후에도 “잊지 못할 퀄리티 높은 슈팅”이라며 손흥민 활약을 곱씹었다.
토트넘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손흥민을 의심하지 말라”는 글과 함께 손흥민 골 세리머니 사진 등을 게재했다. 이날 벤치에서 휴식을 취한 해리 케인도 SNS에 “동료들 너무 잘했다. 쏘니!”라고 적었다. 토트넘 동료들을 격려하면서도 ‘영혼의 단짝’과도 같은 손흥민의 이름을 콕 집어 썼다.
쏟아졌던 혹평들을 찬사로 덮은 손흥민은 자신감을 충전한 가운데 EPL 무대서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2월6일)를 상대한다. 지난 20일 맨시티 원정에서 후반에만 4골을 내주고 역전패 당했던 토트넘은 홈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지난 시즌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은 “알면서도 손흥민에게 당하는 역습은 부담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손흥민은 맨시티전에 강했다. 직전 맞대결에서는 좋지 않았지만, 역대 맨시티전 16경기 7골·3도움을 터뜨릴 정도로 괜찮았다. “긍정의 에너지를 얻었다”고 밝힌 손흥민이 맨시티전에서도 이날 같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