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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美 방패 치켜든 中…K반도체 중심축 찾기 '골몰'


입력 2023.02.08 12:27 수정 2023.02.08 12:2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미·중, 반도체 중심 전략산업 공급망 놓고 견제 수위 높여

반도체 '연합전선' 구축 속도내는 美, '반도체 굴기' 포기않는 中

K반도체 리스크 최소화 고심…반도체 입지 고려해 적정선 찾아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뉴시스

미국이 우호국과 손 잡고 대중국 제재 수위를 높이자 다급해진 K반도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내 생산설비가 적지 않은데다 최대 수입국 역시 중국이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중 파워게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리스크 최소화를 요청하는 한국의 요구를 미국이 모른척 하기만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K반도체의 입지가 상당한만큼 이 생태계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양국 협력 필요성을 인정하고 화해 무드로 전환하는 듯 보였던 미·중이 최근 '정찰풍선 격추'를 계기로 관계가 다시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방중 계획을 취소했고 중국은 정찰풍선을 격추한 것에 대해 "명백한 과잉반응"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풍선 잔해 반환 등 후속 조치에도 양측이 상당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중 다툼은 봉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국가 안보뿐 아니라 반도체 등 전략산업 공급망을 놓고도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강력한 수출통제를 실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네덜란드까지 '중국 옥죄기' 행렬에 동참시켰다.


초반에는 소극적이었던 일본과 네덜란드가 돌연 입장을 바꾼데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호국과의 연합전선 구축에 성공한 미국은 중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가드레일(방어막) 조항 등 세부규정을 마련하는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들은 앞으로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투자를 할 수 없다. 중국에 대한 반도체 첨단 기술 투자를 원천 차단시킴으로써 대중국 견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층 노골화된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삼성과 SK 모두 대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 모두 사업장을 운영중이거나 가동을 준비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현지 투자를 준비중으로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혜택이 예상된다.


미 정부의 혜택을 받게 되면 중국 사업장 신규·추가 투자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중이며,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충칭에는 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다.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이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진은 최근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투자 제한 조치에 대해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필수 설비는 예외로 인정하고, 법 시행에 앞서 유예 기간을 충분히 보장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부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 기업의 투자·경영상황 등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테일러시 삼성전자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미·중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에 대한 한국의 요청이 얼마나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만 봐도 그렇다. 북미에서 최종생산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IRA를 놓고 한국, 일본, 유럽이 수정해줄 것을 잇따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미국은 별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이 상당한데다 파운드리·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서의 글로벌 입지를 고려하면 한국의 요청을 간과하기만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이 지정한 우려국 제재를 무작정 높이다가 자칫 메모리 반도체(한국), 반도체 장비(일본·네덜란드), 파운드리(대만) 등 우호국의 반도체 생태계가 무너지게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염두에 둘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고려하면 K반도체의 설비 예외 인정 및 유예 시간 요청에 대한 적정선을 찾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도 미국의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한편 중국 외 지역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등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게될 경우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 바라는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에 상호 협의 아래 가장 적절한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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