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호남과 좌파의 벽 넘어온 귀순용사"
"당내 통합 및 우파단체와 연계에 소명의식"
"국정성과 홍보 미진, 민정수석 폐지 등 묻혀"
"李, 사법 문제로 정치투쟁…이재명 닮음꼴"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도전 중인 민영삼 후보의 선전이 정치권 안팎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현역의원도 아닌 데다가 입당한 지 불과 2년여 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 후보의 출신지는 국민의힘의 기반이 탄탄한 영남이 아닌 불모지인 호남이다. 민 후보 스스로도 "호남의 강을 건너 온 귀순용사"라고 표현한다.
방송 출연 등으로 쌓은 인지도가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다양한 시사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을 도왔고, 배승희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따따부따'를 진행하며 민주당 공세에 전면에 섰다. 하지만 경쟁 후보들의 인지도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지도만이 인기의 전부는 아니다.
선전의 이유로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은 민 후보의 선명성과 감투정신이다. 공천 문제 등은 절대 개입하지 않고, 오로지 당 대표를 잘 보좌해 당내 화합을 이끌겠다는 간결한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나아가 민주당 계열에서 오래 몸담았던 민 후보는 국민의힘에 부족한 것으로 '희생정신'을 꼽는다. 현역의원을 비롯해 주요 정치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엘리트들이다 보니 다른 일에 관심이 없고, 개인의 정치적 성과만 중시하고 있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이준석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쓴소리를 통해 진정으로 당을 개혁하고 변화시키려고 했다면, 내부적으로 소통을 강화하며 해결책을 모색했어야 했다는 게 요지다. 공개적으로 언론에 대통령과 당을 비판하며 갈등을 노정하는 것은 자신의 이름값을 높여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전 대표가 소위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해 징계를 받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음에도 자신의 아바타들을 출마시키는 등 자숙이 아닌 정치투쟁에 악용하고 있다는 게 민 후보의 생각이다. 그는 "이 전 대표의 행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무엇이 다르냐"고 일갈했다.
다음은 민영삼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Q. 합동 연설회 전반전을 마쳤는데,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설 시간이 5분으로 너무 짧더라. 압축해서 담을 내용은 다 했는데 호남보수 귀순용사를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당원께 감사할 뿐이다."
Q. 현장에서 보면 당원들이 '따따부따 잘 보고 있다'면서 격려 말씀 많이 주시는 것 같더라.
"저도 놀랐다. 당원들이 많이 보시는 것 같더라. 채널의 구독자가 112만명인데, 그중에는 당원들도 상당히 많다. 그분들이 현장에 오신 것이다. 이준석 트라우마를 가지신 분들이 많고, 따따부따의 성향이 이준석 전 대표와 완전히 반대에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것이어서 당원들의 호응이 많았던 것 같다."
Q.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당히 높게 나온다. 국민의힘에 뿌리를 내린 지 얼마 안 됐는데 놀라운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저를 친윤 후보로 생각하고 밀어주시는 것 같다. 여기에 더해 호남 출신 '이민자'가 와서 더 반갑게 맞아주시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을 지키고 갈등을 줄이려면 민영삼 같은 사람이 지도부에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다."
Q. '귀순용사'라는 표현도 썼다. 어떤 의미인가.
"제 고향이 전라도 목포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20년 넘게 활동을 했고 2012년 12월에 탈당 후 시사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지역적으로 보면 호남의 강을 건너온 것이고, 이념적으로는 운동권 좌파의 벽을 넘어온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보수정당으로 탈출해 왔다는 의미를 담았다. 모 언론에서는 귀순용사 돌풍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진짜 북한에서 사선을 넘어온 귀순용사 태영호 의원에게는 좀 미안하다."(웃음)
Q. 20년 동안 활동했던 만큼 민주당 쪽을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DJ 민주당과는 어떻게 다른가.
"DJ의 민주당은 중도통합을 지향했고 정책적으로는 보수적 색채가 강했다. 다만 민주화 과정에서 산업화 세력의 정치적 박해로 투쟁을 하다 보니 정치 지형상 진보에 있는 것 같다. 대북정책에서도 물론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정책적 측면에서는 자유시장경제를 기본으로 양당 간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이 들어오면서 운동권 중심의 친노 패권주의가 시작됐다. 친노세력이 문재인 정부 들어 친문세력으로 분화되며 더욱 배타적이고 폐쇄적으로 갔다. 그래서 제가 탈당을 했다. 2012년 대선 패배 당시 탁현민·김경수·김정숙이 모든 선거 캠패인을 다 했고, 기존의 당원들은 관여도 못하게 했었다. 또한 그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극렬 지지층을 결집하는 팬덤정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재명의 민주당에 와서는 그 팬덤정치가 개딸 팬덤으로 이어져 더 강고하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DJ가 중도개혁정치였다면, 문재인은 친문 패권정치, 이재명은 친명 팬덤정치라고 할 수 있다."
Q. 지금은 국민의힘은 어떻게 다른 것 같나.
"구성원들을 보면 각 영역에서 일가를 이루며 성공하신 분들이 많다. 고위 관료, 검사장, 부장판사, 저명한 교수, 의사, 대학총장 등 단연 전문가들이 많다. 이런 분들의 특징이 굉장히 점잖고 온유하다. 그런데 자신의 일 외에 다른 분야에는 관심이 없고, 표현하자면 희생정신의 직전 단계로서 '감투정신'이 없다. 그게 다르더라. 좋게 말하면 점잖은 것이고 나쁘게는 웰빙정당이다."
Q.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 오기 전부터 학생운동, 시민단체활동 등을 함께하면서 서로 끈끈한 면이 좀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을 보면 대외협력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야시민단체, 직능단체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위치다. DJ나 YS 때 재야단체들과 연계해 함께 민주화 투쟁을 했던 방식이 계속 내려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대외협력위원회가 미미하다. 평소에는 역할이 없다가 선거 때만 반짝해서 활동을 한다. 조국 사태 이후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우파단체들도 많아졌는데 당과 연계가 잘 안된다.
저쪽은 장외 집회에서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샌드백으로 쓰는데도 당이 논평 하나 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파들의 맞불 집회와 연계해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하지 않나. 대변인 논평만 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연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제가 그걸 해보겠다는 소명의식이 있다."
Q. 지금 국민의힘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의미인가.
"당은 국정성과를 국민께 잘 설명하고 홍보할 의무가 있다. 일례로 민정수석실 폐지가 얼마나 큰 성과인가. 개인적으로는 청와대를 이전한 것보다 더 큰 권력기관 개혁이라고 본다. 민정수석실 소속 몇 사람이 검찰 인사를 주무르고 야당을 탄압했던 과거를 완전히 청산한 게 아닌가. 이런 개혁을 했는데 구체적인 의미나 성과를 국민들이 잘 모른다. 이건 당이 선전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야당에서 대통령실 이전 놓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니 방어에 급급하다가 이 성과가 묻혔다."
Q. 최근에 소위 이준석계 후보들을 향해 '마약'이라고 표현했다가 논란이 됐다. 통합을 하겠다고 했는데 갈등을 더 키우는 게 아닌가.
"왜곡이 있다. 제 의도는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당내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였다. 안에서 쓴소리를 하고, 소통이 되면 굳이 밖이나 언론에서 말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 중요한 것은 정치적 박해를 가해선 안 되고, 내 편이 아니라 공천을 안 준다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예를 든 게 스위스의 마약이다. 스위스는 일정 장소에서 마약을 허용하고, 그 외에는 강하게 단속한다. (양성화를 하니)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크게 줄었다. 이걸 이준석계 사람들이 마약에 비유했다고 왜곡하는 것이다."
Q. 2018년 지방선거 때 전남도지사에 출마해 소위 '문재인 팔이'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태영호 의원이 북한을 탈출해 왔는데 과거 김일성을 찬양했다고 문제를 삼으면 되겠나. 내가 민주당 계열에 있을 때 한 얘기를 가지고 '문재인 팔이를 해서 못 믿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그런 식으로 매일 시비를 거는데, 이게 과연 빛과 소금이라는 내부 쓴소리라고 할 수 있나."
Q. 당내 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하려면 다양한 목소리가 건전하게 나오는 게 맞지 않나.
"당을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데 진정성이 있었다면 내부 소통을 먼저 충실히 했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 정치적 계산으로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니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전 대표의 경우 '성 접대 의혹'이라는 본인의 사법적 문제를 정치투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이게 조국이나 이재명과 무엇이 다른가. 마치 자기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Q. 연설회 때 공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당내 통합에만 힘쓰겠다고 했다. 그런데 당내 갈등의 뿌리는 공천이다. 공정한 공천제도를 만드는 게 당내 통합이 아닌가.
"시스템적으로 최고위원은 공천에 관여할 수 없다. 처음에 총선기획단 구성 때 지도부에서 방향성이나 기획단의 인적 구성을 결정할 수 있지만, 이후 공천관리위원회가 만들어지면 거기서 결정을 하는 것이다. 당 대표가 공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총선은 대통령의 국정 성과를 가지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민자라는 말씀을 드렸다. 한 사회에 이민자가 들어오면 기존 사람들이 반기지만, 이민자들이 권력을 잡으려 하면 제거된다.(웃음) 귀순용사의 한계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다만 공천에 있어서 정치적 반대파들을 박해하는 공천은 안 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당원과 지지층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선이 된다면, 당내 통합을 위해 윤활유 같은 최고위원이 되겠다. 대표를 잘 보좌해서 당 대표가 대통령과 깊은 관계 속에서 국정수행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겠다. 1호 당원(대통령) 중심으로 국정성과를 내야 다음 총선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준석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받은 당원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다시는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당 대표가 대통령을 공격하고 갈등하는 그런 지도부가 되지 않도록 소신껏 노력하겠다. 집안싸움 안 하는 안정적인 집권여당이 되도록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