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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수사경찰 대표 국수본부장 '당분간 공석'…정순신 부실검증 비판 '봇물'


입력 2023.02.26 02:21 수정 2023.02.26 02:27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정순신, 임명 하루 만에 아들 학교폭력 문제로 전격 사임…경찰청·대통령실 전혀 사전인지 못해

"사생활이어서 검증과정서 파악 한계"…2017년 동급생에게 8달 동안 언어폭력, 강제전학

아들 징계 취소 위해 '소송전'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처음에는 사태수습에 나섰던 정순신

정치권 거센 압박에 결국 사의 결심한 듯…검사 출신 이유로 경찰 내부의 강한 반발도 주요 배경

검사 출신인 정순신(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자녀 학교폭력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하루 만인 25일 전격 사임하며 경찰 등의 부실한 인사 검증 절차에 대한 비판이 가열되고 있다.


이날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 최종 후보로 추천한 경찰청은 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된 공모 절차에서 사퇴의 결정적 원인이 된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부장 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하는 것을 두고 경찰 조직이 술렁이던 상황에서 부실한 인사 검증으로 인한 낙마 사태가 겹치며 전국 3만 수사 경찰을 대표하는 국수본부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남을 예정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국수본부장 공모 지원자에 대한 서류심사와 신체검사를 거친 뒤 지난 17일 종합심사를 한 결과 지원자 3명 중 정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정 변호사가 검사 시절 두 차례 징계를 받은 전력과 정 변호사 본인의 군 면제 논란, 장인인 옛 새누리당 조진형 전 의원의 '청목회' 사건 등이 검증대에 올랐다.


하지만 경찰청은 이러한 전력이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추천을 받은 대통령실도 정 변호사 아들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국수본부장에 정식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이날 "사생활이어서 검증과정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 변호사가 강제전학 징계를 취소하기 위해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불과 4년전 소송까지 벌인 만큼,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몰랐다는 해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인사검증 과정에서 자녀 학교폭력 사건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에도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뒤늦게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른 시일 내에 새 국수본부장 인선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은 외부 공모한 정 변호사가 사퇴함에 따라 이번에는 내부 선발에 무게를 두고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수본부장 외부 공모는 '필요가 있을 때'에만 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인지했던 이력을 경찰청과 대통령실이 문제 삼지 않은 것을 두고서도 향후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변호사는 2017년 일명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돼 검찰총장에게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돈 봉투 만찬'은 2017년 4월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등 7명이 식사 자리에서 안태근 검찰국장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은 사건이다. 감찰 결과 이 전 지검장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이었던 정 변호사는 단순 배석자였다는 사정이 감안돼 경고 처분됐다. 경찰청은 이 전 지검장이 재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점을 고려해 정 변호사의 징계 전력을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정 변호사는 특별수사본부 근무 당시 소속 검사 지휘 책임 관련 경징계를 받은 전력도 있다. 경찰청은 이 징계전력 또한 국수본부장직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시력과 청력 등을 이유로 면제된 본인 병역 문제와 장인인 조 전 의원의 청목회 사건 등도 검증 대상에 올랐지만, 경찰청은 이 역시 문제 되지 않는다고 최종 결론냈다. 조 전 의원은 2011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에서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전격적인 사의 표명 배경을 두고 해석도 분분하다. 정 변호사는 자녀의 학교폭력 그 자체보다는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점이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아들 문제로 국민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 아들은 2017년 한 유명 자립형사립고 재학 시절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달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전학 처분을 받았다. 이후 정 변호사 부부가 아들의 징계를 취소하려고 소송전을 벌이고, 학교폭력을 사과·반성하기보다는 변명하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학교폭력 사건을 포함한 경찰 수사 전반을 총괄해야 할 국수본부장으로서는 부적합하다는 비판도 거셌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25일 오전 "자식의 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던 정 변호사는 이후 정치권의 거센 사퇴 압박에 결국 사의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수본부장 임명 직후 검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경찰 내부 게시판인 '폴넷'에 이에 항의하는 글이 무더기로 게시되는 등 경찰 조직 내부의 강한 반발도 이러한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풀이된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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