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대학교 의료미용학과 겸임교수 재직 중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뷰티나니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정다니는 자신을 "화장품을 연구하는 10년차 피부과 실장"이라고 소개한다. 꾸준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피부와 화장품에 대한 지식을 솔직하게 공유한 지 2년, 그는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던 꿈을 이뤘다.
지난해 9월부터 경복대학교 의료미용학과의 의료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맡게 됐다. 대학원에서 인연을 맺은 지인으로부터 뷰티라는 포괄적인 카테고리보다는 전공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의료미용학을 파고들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을 듣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대학원에 진학하니 저는 햇병아리더라고요. 거기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며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저는 제가 학고 싶은 게 있으면 주변에 말하고 다니는 편이에요. 그래서 언젠간 강의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더니 한 지인 분이 경복대학교의 의료미용학과가 있으니, 분야를 세분화해 공략하라는 언질을 주셨어요. 그래서 공고를 찾아 알아봤는데 자리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미용학과장님께 "지금 당장은 교수 자리가 없는 걸로 알고 있지만, 혹시라도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드리고 싶다" 메일을 보냈어요."
정다니는 도움이 필요하거나, 주고 싶은 사람에게 메일을 자주 보낸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해보자'라는 생각에서다. 거절 당하는 경우도 많지만,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실 기대 안 했는데 답장이 왔어요. 바로 채용하겠다는 건 아니고 일단 한 번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학교가 보수적인 집단이라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제가 궁금하셨던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찾아가서 피부미용만 12년 정도 공부했고, 간호조무사 자격증, 병원 코디네이터 경력, 피부과 실장 등 현장 경험도 있기 때문에 학과의 목적에 맞게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엄청 어필하고 왔어요. 다방면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뷰티 지식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이후 한 달 반 뒤 조교님을 통해 연락이 왔고, 그래서 드디어 대학교 강의를 시작하게 됐어요."
교수를 하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일은 그에게 다양한 감정을 가져다줬다. 학구열에 불타올라 반짝거리는 보석들을 볼 때마다 흐뭇한 마음도 생긴다.
"대학교에서 30대 초반의 고수를 데려온 이유 자체가 아이들과의 소통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였어요. 유튜브라는 채널을 통해 학생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 저를 채용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원래 파워풀하게 소통하는 일을 좋아해요. 미용에 대한 꿈을 안고 시작하는 친구들을 양성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보람을 느껴요. 모르는 걸 새롭게 경험하는 중이라 단점마저도 유익하게 느껴져요."
경복대학교 의료미용학과 겸임교수를 맡게 되며 포기해야 하는 것도 생겼다. 바로 책 출간이다. 정다니는 지난해 한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맺고 집필 중이었지만 도무지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체적인 내용의 70%까지 진행돼 있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2학점짜리 15주 차 강의를 만들어야 하니 도무지 책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더라고요. 제가 경력이 있다면 병행이 가능할 텐데 교수는 처음이다 보니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기 때문에 책 출간은 조금 미뤄야겠더라고요. 당시 제가 계속 마감이 딜레이 되고 있던 터라, 출판사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출판 계약을 해지했어요. 강의에 먼저 포커스를 맞추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전자책을 내든,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하든 해서 빠른 시일 내에 책을 쓰긴 할 겁니다. 책 쓰기도 제가 꼭 이루고 싶었던 목표기도 했고 어느 정도 진행이 됐었기 때문에 그 때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나카(김경욱)과 화장품 브랜드 라로슈포제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나카 씨와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원래 일찌감치 저는 진행하기로 결정이 난 상태였어요. 배우는 마음으로 경험하자 싶어서 출연료도 낮추고 기다렸는데 나중에 다나카 씨와 함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 거죠. 욕심 부리지 않으면 큰 기회가 오는구나 또 깨달았던 순간이네요."
정다니는 피부미용 업계에 12년째 발을 들였지만, 캄캄한 터널 안을 걷는 기분일 때가 종종 있었다고 고백했다. 유튜브를 시작했을 당시에도 11개월 째 수입이 없었다. 이후 영상 하나가 알고리즘을 타고 구독자들이 유입되면서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갑자기 잘 됐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에게는 지금 맞이한 기분 좋은 성과들이 '갑자기'인 경우는 단 한순간도 없었다.
"교수가 되고 싶었는데 길이 좁다 보니 시작한 일이 유튜브였어요. 대학교 졸업 후 유튜브 영상 하나가 점프 업되기 전까지 보여줄 수 있는 성과랄 것들이 없었어요. 그래도 쉬지 않고 계속했어요. 피부과 실장 일을 하면서 유튜브도 계속하고, 공부도 하고, 대학원도 진학하고요. 이렇게 제가 하고 싶은 기회들이 올 때마다 '내가 12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구나'를 느껴요."
그는 올해도 꾸준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올해의 목표는 자신의 이름을 건 화장품 브랜드 론칭이다.
"피부과에서 환자의 피부 상태를 가장 오래 살피고, 화장품에 대한 공부로 이해를 높였으니, 이제는 이 노하우를 담은 화장품을 만들고 싶어요. 제 유튜브 채널 구독자 대부분이 여드름 때문이 많이 고생을 하더라고요. 현대사회의 성인 여드름은 피부 자극이나, 장벽이 무너져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사춘기 여드름과는 접근이 전혀 다르죠. 솔루션도 다르고요. 그런 방향에 맞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