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내게 '빨리 도망가라' '백두대간이라도 타라'고 회유"
"산 못 탄다고 하자…'배탈이라도 나서 병원에 가라'며 종용"
"쓰레기 발견해 꺼내 먹었다…구급차 불러 응급실 가기도"
"김용, 이재명 대선 후보 될 것이니 '열흘만 버티라'고 말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재판에 나와 "김용에게 준 3억 원의 무게에 쇼핑백이 벌어져 테이프 붙일 정도"라고 주장하는 등 불법 자금 전달 과정을 상세히 증언했다.
1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지난 9일 열린 김 전 부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유 씨는 2021년 6월 초순 남욱 변호사에게 5억원을 받아 이 중 3억원을 수원 광교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김 씨에게 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유 씨는 "(3억 원이) 무거운 데다 저희 집이 밤이 되면 차가 없어서 그쪽으로 (차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며 "그게(돈이) 무거워서 쇼핑백 두 개 겹쳐 넣다 보니 윗부분이 벌어져 스카치테이프로 막았다"고 증언했다.
유 씨는 또 김 전 부원장의 지시로 검찰 수사를 피하려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 씨는 2021년 9월30일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이튿날 유 씨가 찾아간 곳은 한 대학병원 응급실이었다. 당시 상황을 묻는 검찰 질의에 유 씨는 "출석 전날 김 전 부원장이 전화로 위치를 묻길래 '내일 출석하려고 검찰청 건너편 모텔에 있다'고 하자 '너 빨리 도망가라, 백두대간이라도 타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씨 증언에 따르면 당시 김 전 부원장은 "열흘만 있다가 와라. 그때쯤 경선이 끝나 우리 세상이 되면 방어가 된다. 우리 정보에 의하면 너는 즉시 구속되니까 무조건 도망가라"고 종용했다. 유 씨가 "침낭도 없는데 백두대간을 어떻게 타느냐. 산짐승도 무섭다"고 하자 김 전 부원장이 "배탈이라도 나서 병원에 가라. 그러면 널 안 건드리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 씨는 실제로 삼각김밥과 유통기한이 지난 요구르트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배탈이 안 나자 김 전 부원장이 "음식물 쓰레기라도 먹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유 씨는 "결국 근처에서 쓰레기통을 하나 발견해서 (쓰레기를) 꺼내 먹었다"며 "이후 배가 좀 아픈 것 같아서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갔다"고 말했다.
유 씨는 진단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병원을 나오다 대기하고 있던 수사관들에 체포됐다. 검찰이 유 씨에게 "피의자 조사에선 김 전 부원장이 지시한 도주 장소가 백두대간이 아니라 태백산맥이라고 했다"고 지적하자 유씨는 "어찌 됐든 도망가라고 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유씨는 검찰이 "김 전 부원장이 '열흘만 버티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고 재차 묻자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 되면 아무도 못 건드린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