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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김건희'…野, 외교라인 줄사퇴 화살 '여사'에게로


입력 2023.04.01 12:00 수정 2023.04.01 12: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박홍근 "'김건희 입김설' 등장…진상

규명 위한 운영위 소집 요구한다"

마치 '제3자 설' 들은 듯 발언했지만

거론 시사패널, 모두 민주당 관계자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서 문화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이 대통령실 '외교라인 줄사퇴' 파동의 화살을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게로 돌리는 모습이다. 이러한 설을 놓고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따지자는데 이르러, 운영위 파행이 우려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은 최근 대통령실 '외교라인 줄사퇴' 파동과 김건희 여사가 관련이 있다는 설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외교라인 줄사퇴' 파동의 조준선을 김 여사를 겨냥해 재정렬하고 있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방일을 전후로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이 사퇴하더니 방미를 목전에 두고 대미 외교를 책임져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마저 사퇴했다"며 "김건희 여사 라인과 정통 외교 라인 간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김건희 입김설'이 등장할 지경"이라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시점도, 사유도, 상황도 명확하지 않은데 이에 대한 설명마저 전무하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만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실 외교라인 줄사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의 즉각적인 소집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마치 제3자의 설(說)을 전해들은 듯 박 원내대표는 '김건희 입김설'이 등장할 지경이라고 인용 형식으로 모두발언을 했지만, 실은 이같은 설을 적극 유포하고 있는 주체는 모두 민주당 관계자들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시사 프로그램에 나아가 유포한 뒤, 공당의 공개회의에서 이를 받아 모두발언으로 재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중요한 질 바이든 여사하고 우리 김건희 여사하고 얘기되는 문화행사를 보고를 누락했다는 거 아니냐"며 "여의도 바닥에서는 '영부인께서 작용을 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더라"고 전했다.


나아가 "일종의 권력투쟁에서 밀린 것"이라며 "영부인하고 질 바이든 여사하고 문제가 잘 안됐다고 하는데, 요즘 김건희 여사한테 잘못 보이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권발 의혹 제기를 종합하면 이번에 최종 무산이 된 '문화행사'는 김건희 여사의 관심사였다는 주장이다. 질 바이든 여사가 제안했다고 하면 그 카운터파트는 우리나라의 영부인인 김 여사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안이 보고 누락되는 등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게 권력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주장이다.


박지원 "김건희에 잘못 보이면 나가"
복기왕 "金 라인과 외교부 출신 갈등"
김성회 "의전비서관 후임도 동문수학"
의혹 무차별 확산 뒤 국회서 따지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대통령실 외교라인 줄사퇴 파동과 관련해 시중에 '김건희 입김설'이 있다며,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아울러 야권 일각에서는 해당 '문화행사'를 먼저 제안한 주체가 과연 '그쪽' 미국이냐, 미국 측에서 그 행사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겠느냐며 의혹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항명'에 격노해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을 문책 경질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윤 대통령이 물러나게 된 김 전 실장을 위로하며 밤늦게까지 환송회를 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앞뒤 정황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 이를 들어 과연 '줄사퇴 파동'을 촉발한 주체가 누구이며, 후임 인선에 관여한 주체는 누구인지에까지 야권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복기왕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은 지난달 29일 YTN TV '뉴스앤이슈'에 출연해 "일각에서는 그런 말도 들리는 것 아니냐"며 "김건희 여사 라인의 행정관들과 공무원 출신들의 비서관들이 서로 생각의 차이가 계속해서 존재하고, 특히 김 여사를 어떻게 외교적으로 더 띄울지만 생각하는 행정관들 입장에서는 비서관들이 일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존재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섯 차례나 왔었다는데 그쪽(미국)에서 다섯 차례나 보낼 만큼 (해당 문화행사를)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의구심이 든다"며 "비서관들은 외교부 공무원들이기 때문에 외교 프로토콜에 민감하고 그에 벗어나는 결정을 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보니까 '답답하다'는 갈등이 그동안 쭉 있어오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김성회 전 열린민주당 대변인도 지난달 30일 KBS TV '사사건건'에 나와 "김일범 의전비서관의 후임으로 김승희 선임행정관이 임명된다더라. 이분은 2009년 김건희 여사와 고려대 미디어대학원에서 동문수학했던 사이"라며 "그런 분이 이런 상황에서 의전비서관까지 승진이 되는 그림을 놓고 보면 정상적인 체계를 통해 인사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야권이 이처럼 '기승전 김건희' 식의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확대재생산 하다못해, 마침내 '설'을 놓고 국회 운영위에서까지 따져보자는 요구로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의 파행 우려도 나온다.


여야는 오는 5일 운영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운영위에서 처리해야할 법안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운영위 전체회의 소집을 계기로 '외교라인 줄사퇴' 파동의 진상을 규명하자면서 김 여사를 겨냥하고 나선다면, 파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21일에도 운영위를 열려 했으나 파행된 적이 있다. 민주당이 직전에 열렸던 한일정상회담 관련 현안질의를 요구하고 나선 탓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여야 간에 사전 합의되지 않은 의제라며 회의에 불참했고,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해 40여 분간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갔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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