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보다 기금 소진 6년 빠르고
5년 동안 미적립 부채 66조원 폭증
국민연금에 가려진 직역연금 개혁
2055년 기금 소진이 예상되는 국민연금이 개혁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 국민연금보다 더 급한 게 있다. 바로 사학연금이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의 제5차 재정재계산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2029년 적자로 전환되고 2049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위 인구전망을 토대로 계산한 것이다. 인구 전망을 좀 더 비관적으로 가정한 저위 추계에 따르면 2027년 적자 전환, 2045년 기금 고갈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된 점을 고려하면 저위 추계치에 더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사학연금 미적립 부채 폭증은 심각성을 더한다. 미적립 부채는 현재 연금 수급자와 미래 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부채에서 적립된 연금기금을 뺀 금액이다. 앞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쌓아두지 않은 잠재 부채 말이다.
미적립 부채는 2017년 103조9720억원, 2018년 132조4470억원, 2019년 146조6410억원, 2020년 154조7230억원, 2022년 169조5700억원을 기록했다. 5년 새 미적립 부채가 66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청년세대가 갖는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이는 연금부채 증가율이 기금 적립률보다 빨라진 데서 기인한다. 연금 부채는 2017년 122조1810억원에서 지난해 193조3310억원으로 58%나 증가했는데, 연금 기금은 18조2090억원에서 23조7610억원으로 30.5% 늘어나는 수준이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교원 감축으로 돈을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돈을 받을 사람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연금 수급이 본격화된 것이다. 가입 기관이 6563개에서 5689개로 14.5% 줄어드는 동안 수급자는 6만9218명에서 10만6508명으로 무려 54% 증가했다.
더욱이 사학연금 부정수급,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사립학교 폐교 증가와 맞물려 이대로라면 2049년으로 전망되는 사학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국민연금보다 사정이 더 심각한데도 실상은 조용하다. 국민연금 개혁 공회전에 가려져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 1월 초 국회에 제출한 ‘연금개혁의 방향과 과제’에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재정 안정화 검토를 포함시켰다. 직역연금의 특수성을 감안한 모수개혁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 논란 등에 가려져 직역연금 얘기는 쏙 들어갔다.
사학연금은 사학교직원과 사용자인 법인, 고용주인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보험료율 18% 중 개인 9%, 교육법인 5.294%, 국가 3.706% 씩 부담한다.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내고 적자도 메워야 하는 구조이므로 개혁을 더 미룰 경우 국민의 반발이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연금 전문가는 “사학연금 적립금이 24조원으로 공무원·군인연금보다 양호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제대로 보면 구조적 문제가 매우 심각한 실태”라며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정치권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개혁⑩] 공무원연금, 이미 수십년째 ‘적자’…영국 개혁 사례 배워야> 편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