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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재인 때는 별나라에 가 있었나


입력 2023.05.01 07:07 수정 2023.05.03 09:59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승만 대통령의 대미 압박외교

윤석열 대통령의 배짱도 통했다

‘누워서 침 뱉기’도 정도껏 해야

ⓒ 데일리안 DB

이승만 대통령이 1950년 6월 27일 새벽 3시 40분께 열차편으로 서울을 벗어나 피난길에 올랐다. 북한군은 28일 새벽 서울을 점령했다. 하루를 더 버티었으면 이 대통령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었을 것이다. 북한군의 남침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그 상황에서 총사령관까지 적의 포로가 됐다면 항복 말고 달리 선택지가 있었을까? 제때 피신한 덕분에 이승만은 건재했고 대한민국의 존속과 장기간에 걸친 안전을 확보해냈다.


미국이 소련과 사이에 휴전협정을 시작하자 이 대통령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1950년 12월 4일 장면 주미 한국대사는 미 국무부의 딘 러스크 극동담당 차관보를 찾아갔다. 그는 “한국 국민은 공산주의와 대항하여 끝까지 싸울 것임을 본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다시 천명하기 위해 왔다”고 말을 꺼냈다. 장 대사는 이어 “우리에겐 전선으로 나가기를 열망하는 50만 명의 반공청년들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들 50만 명의 무장이다. 그것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한표욱, 이승만과 한미외교).

이승만 대통령의 대미 압박외교

다음날 장 대사는 다시 러스크를 찾아갔다. 러스크는 ‘매우 우울한 말’을 꺼냈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강요당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다시 강조한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미군이 한반도를 떠나야 할 경우, 물론 그런 일이 없겠지만, 대사가 원한다면 한국 망명정부 수립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알고 싶다”(위의 책).


휴전을 거부하고 전쟁을 계속하자고 우기면 대한민국의 존망을 예측할 수 없다는 식의 압박이었을 수 있다. 이승만은 그래도 물러나지 않았다. 단독으로라도 북진하겠다고 미국과 맞섰다. 이승만의 고집은 결국 미국의 군사원조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성립된 ‘한미동맹’이 북한의 남침 야욕을 지난 70년간 저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빈손외교를 넘어 사기외교로 막을 내렸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 당의 권칠승 대변인은 3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핵 공유’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엇갈린 점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병주 의원도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핵에 대한 모든 권한은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핵 공유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생각하는 핵공유란 어떤 것인가? 우리가 핵단추를 누를 수 있는 권한을 미국과 동등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두 나라의 정상이 동시에 단추를 눌러야 한다는 것인지 부터 말해줄 일이다. 아니면 독일, 네덜란드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다시 그걸 들여와야 한다는 뜻인가.


워싱턴 선언은 △한미 핵협의그룹 신설, △미국 전략자산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확대,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훈련 강화, △한국, 핵확산금지조약 의무 이행 약속 재확인 등을 골자로 한다.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보유하거나 미국의 핵무기를 함께 이용하는 방식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이 정도의 공동선언이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맥시멈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방부와 외교부 신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언급했다. 28일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그런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을 겨냥한 압박성 언급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짱도 통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초미의 관심사는 북한의 핵장난이 어떤 양상으로 진전될 것인가에 있다. 북한은 우리의 뒷덜미를 제대로 잡았다고 여기는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그쪽을 향해 한없는 친애의 정을 표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오히려 만만하게 여겨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거나 조롱한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한 마디 제대로 대꾸조차 못했던 문 전 대통령과 그 때의 정부 및 여당 인사들, 지금에 와서 윤 대통령의 안보 정책을 헐뜯고 나서는 것을 보면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인지 어이가 없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 압박을 계속하니까 미국이 이렇게라도 반응하는 것이다.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메커니즘으로서 핵협의그룹을 창설키로 한 것은, 미국의 진일보한 핵우산 제공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이상의 ‘분명한 대답이나 조치’를 미국으로서는 드러내 약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게 불만이라고 우리가 핵개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선에서 윤 대통령의 대미 압박 효과를 인정해 주는 게 옳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가성비 낮은 저자세 외교였다”고 혹평했다. 그는 “결국 한미 간의 동맹 이익을 존중하면서도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지키는 것은 민주당의 몫이 되었다”며 미국 측에 △북한과의 비상 군사 연락선 재개통 △핵 추진 잠수함 한국 도입 △미국 각종 공문서에 명확한 독도 표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경제적 평등 대우 등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독자로 방미단을 보낼 것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겠다”며 “전 세계 최대 강국 미국과의 외교는 첫째 법치주의, 둘째 합리주의, 셋째 세계 평화라는 가치 외교, 넷째 당당함 이 네 가지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문재인 정권 5년간에는 어디 가 있다가 지금 나타났을까? 집권당일 때는 가만있다가 야당이 되어서야 방미단을 보내겠다? 문 전 대통령의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에서는 무얼 논의했기에 지금도 ‘군사 연락선’ 타령인가? 도덜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망신을 당해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거간꾼 노릇으로도 김정은의 군사적 위협을 완화시키지 못했는데 김 의장이 어떤 복안으로 그 벽을 넘겠다는 것인가.

‘누워서 침 뱉기’도 정도껏 해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옆 자리에 앉혀두고 시쳇말로 ‘물 먹이는’ 장면을 국민 모두가 지켜봤었다. 그 가성비는 어땠나?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외교가 ‘가성비 낮은 저자세 외교’라고 말해야 자기 말의 가성비가 높아진다고 여겨서 내지르는 것 같아 실소하게 된다. 그런 것을 따질 줄 아는 사람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가 모욕을 몇 바가지나 덮어쓰고 온 문 전 대통령의 대국 섬기기 외교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었을까? 문재인 외교의 가성비는 따져봤는지 궁금하다.


1992년 제14대 국회 총선거 때 나웅배 당시 민자당 후보에게 청년 김민석 민주당 후보가 285표차로 졌다. 훗날 DJ는 자신의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약속했던 김 후보 지원유세를 못했는데 그 때 자신이 거기 얼굴만 내밀었더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DJ는 ‘장래 대통령감’이라는 칭찬을 곁들였었다. 그 김 후보가 지금은 원내 제1당의 정책위 의장이 되어 있다. 그런데 정치적 식견이, 모르긴 몰라도 청년 김민석보다 한참 떨어진 듯하다. ‘돈 봉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영길 전 당대표를 가리켜 ‘물욕이 없는 사람’ 운운이나 하고….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때 한동훈 법무장관에게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질 하다가 아차 싶었던지 손가락 하나를 더 보태 두 손가락을 휘두르는 모습도 볼썽사나웠다. 86세대의 오만을 털어내지 못한 탓인가?


윤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영어로 연설을 한 것에 대해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대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프롬프터를 보고 읽은 것’이라고 흠을 잡기도 했다. 윤 대통령만큼 유려하게 영어 연설을 하는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 DJ가 영어 연설의 길을 텄지만 윤 대통령은 탁월했다. 동맹국에 가서 우의를 강조하는 연설을 그 나라의 말로 하는 게 뭐가 문제인가. 공식 연설에서 프롬프터 보는 걸 흉보다니! 문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그걸 보던데? ‘미국에 도움이 되는 말을 해서 박수치고 좋아한 것’이라는 말도 한심하다. 그들에게 시비라도 걸었어야 했다는 건가?


트집 잡을 것이 없으면 말을 않는 게 점수를 덜 잃는 방법이다. 억지로 흠을 찾는 걸 취모멱자(吹毛覓疵: 털을 불어가며 작은 흉터를 찾는다)라고 한다. 그렇게 악착같이 흠을 찾아내 비난해봐야 말품삯도 못 챙긴다. (김 의장의 표현방식을 빌리자면) ‘가성비’가 너무 낮다. 말의 경제성도 좀 생각하시라, 민주당 의원 여러분!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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