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 "불법집회 전력 단체 유사집회 금지·제한…야간 문화제 빙자 집회도 해산 조치"
민주노총 건설노조, 이틀간 도심 노숙 집회…교통 혼잡, 도보 통행 방해 등 문제 불거져
민주노총 "헌법적 권리 부정할 권한 누가 부여했나…야간 행진 법원 판단에 따른 것"
윤희근 경찰청장이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대규모 도심 집회 이후 앞으로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집시법 규정 내에서 경찰에 부여된 집회 금지·제한 통고 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취지이지만, 경찰청장의 자의적 해석으로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18일 브리핑에서 "(향후) 건설노조처럼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를 금지 또는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의 이같은 브리핑은 이틀간 이어진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집회 이후 나온 대응이다. 건설노조 집회로 서울 도심 교통은 주간과 퇴근시간에 극심한 정체를 빚는 등 불편을 겪었다. 또 노조원들이 아침까지 노숙을 하며 시민들의 도보 통행을 방해하고 노숙 과정에서 술판을 벌이는 등 각종 쓰레기를 배출해 거리가 더럽혀지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당시 경찰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청장은 우선 "야간 문화제 등을 빙자한 불법 집회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추모 행사 등 문화제를 연다는 핑계를 대며 사실상 신고 시간과 장소를 어기고 집회를 강행하는 관행을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대응은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8조에서 부여한 집회 금지·제한 통고 권한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집회 시위가 폭행·협박·손괴 등 공공의 안녕 질서에 위험을 초래한 때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의 소통을 위해서 필요한 때 ▲주요 도로와 주변 도로에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을 때 관할 경찰서장이 금지를 통고할 수 있게 규정한다.
즉, 과거 불법집회로 교통 불편을 초래한 전력이 있는 단체가 유사한 집회를 다시 개최할 경우 교통 불편이 또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현행법에 따라 집회를 금지·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의 방침을 두고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우선 현행 집시법에는 과거 불법집회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과거 집회로 교통 불편을 초래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집회로 교통 불편이 초래된다고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이 자의적 판단으로 집회를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제를 빙자한 불법 집회를 해산시키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경찰은 집시법에 따라 강제 해산 조치를 할 수 있는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경우'만 해당된다. 학문이나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는 경찰에 강제 해산할 권리가 없다.
민주노총 측은 윤 청장의 브리핑 이후 "헌법적 권리와 법원 판결을 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경찰청장에게 부여했나"며 "야간 행진은 법원 판단과 처분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