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가 처음에는 밀기 어려워도 한 번 움직이면 쉽게 굴러간다. 김연경 대체 자원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모든 선수들과 힘을 합쳐 도전하겠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45)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해 취임 기자회견(온라인)에서 한 말이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이후 김연경(흥국생명)을 비롯해 김수지(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베테랑들이 대표팀에서 대거 은퇴했다. 이후 박정아(페퍼저축은행)를 주장으로 세운 대표팀은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전패, 세계선수권대회 1승5패의 굴욕을 당했다.
올 시즌도 나아진 것이 없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17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펼쳐진 VNL 2주차 세 번째 경기에서 크로아티아(랭킹 30위)에 세트스코어 0-3(23-25 21-25 14-25) 완패했다. 크로아티아는 이번 VNL에 참가한 팀 중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유일한 팀이다.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꺾은 유일한 팀이다.
작년 성적 포함 현재까지 VNL에서만 19연패다.
큰 바위 예까지 들어가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세사르 감독이 이끄는 세대교체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생각과 사뭇 다른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오니 배구계나 팬들이나 불편하다. 1승은커녕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VNL에 참가한 16개국 중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한 세트조차 따내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 성적을 받을 전력의 팀은 아니다. 이쯤되면 감독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끈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아래서 수석코치로 활동했던 곤살레스 감독은 튀르키예 바키프방크에서 코치를 겸하다 이번에 프랑스리그 낭트 감독에 선임됐다. 개인 신분에 따른 일정 탓에 어려운 도전에 나선 대표팀의 국내 훈련에도 함께하지 못한 세사르 감독이다. 대회 역사에 남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보니 세사르 감독을 향한 원망은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 참가를 위해서는 최대한 랭킹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경기내용이나 결과나 나아지는 것이 없다. 어느덧 랭킹은 30위권으로 추락했다.
19일 독일을 상대로 VNL 2주차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독일은 5승1패를 기록 중인 강팀이다. 지금의 상태라면 한국이 한 세트를 따내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흔들려야 할 바위는 꿈적도 하지 않고, 선수들은 좌절하고 팬들의 실망은 커져가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3주차 대회에서 대표팀은 안팎의 여론으로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오는 27일부터는 국내로 들어와 VNL 3주차 일정을 소화한다. VNL 3주차 수원 경기에서는 불가리아(16위), 도미니카공화국(10위), 중국(3위), 폴란드(8위)를 상대한다. 랭킹의 추가하락이 유력한 상황이다.
극적인 반전은 아니더라도 세사르 감독이 현 상황을 타개할 작은 실마리라도 찾아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