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국조실에 건의…오세훈 "충돌하는 가치 조화롭게 보장할 원칙 필요"
차선 부분 허용·시설물 크기 제한·출퇴근 시위 금지 등 논의 예정
최근 민주노총 서울 노숙 시위, 대구 퀴어문화축제 도로점용 등 집회·시위에서 허용과 제한 범위를 둘러싸고 발생한 사회적 논란을 줄이기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된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오세훈 시장 지시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국무조정실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하고 협의를 시작했다.
오 시장은 주요 참모 회의에서 "내용과 주체를 불문하고 누가 옳고 그른가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정치 성향과 판단이 개입돼 자칫 국민에게 설득력 떨어지는 소모적 논쟁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대구 퀴어문화축제에서 대구시와 경찰의 충돌 사태를 언급하며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집회·시위가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충돌하는 가치를 조화롭게 보장하기 위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시위, 퀴어 축제 등을 하나하나 바라볼 경우 자칫 논의가 '노동 탄압이냐 아니냐', '성소수자 권리 보장이냐 아니냐'라는 틀에 갇히고 개별적 차원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그렇기에 원칙을 세워야 하고, 이는 충돌하는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보장할 것이냐는 관점이 돼야 한다는 게 오 시장의 판단이다.
집회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군중이 모이는 것'을, 시위는 '공동의 목적을 갖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 규정된다.
사법부는 통상 집회보다는 대규모 이동이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 충돌, 교통방해, 소음, 안전 등의 이유로 더 제한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집회·시위는 여러 요소가 혼재돼 경계가 애매한 데다 법 조항도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 시장은 "집단 의사표시도 필요하지만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의견을 개진하는 건 과하다"며 "누가 시위하건, 정치적 민감 사안이건 간에 일정 한도에서 면적과 시설 크기를 지켜 평화적으로 집회하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집회·시위 시간과 면적, 차선 수, 설치하는 시설물 크기 등을 정하는 방향으로 행안부, 국조실에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다. 집회와 행진 시 전 차선 사용을 금지하고 일부 차선만 허용하는 방안, 출퇴근 시간을 피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4개 차선 중 전 차선이 아닌 2개 차선까지만 시위 목적 점거를 허용하고 출퇴근 시간을 피하도록 하는 원칙을 정하거나 해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시설물은 설치를 제한하는 방식 등을 제시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존중하되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불법 행위에는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관련, 세 차례에 걸쳐 총 7억8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철도안전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달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도심 노숙에 대해선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근거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무단 사용에 대한 변상금을 9300만원, 260만원씩 부과하고 형사고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