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바가지 논란에 전통시장에 대한 부정 여론 높아져
서울, 경기 등 수도권으로 확산 이어질까 업계 관심
일각에선 노조, 지역 상인 반발로 발목 잡힐까 우려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하려는 지자체의 움직임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한 때 노조의 고발이 이어지면서 주춤했지만 최근 전통시장 바가지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형마트가 대안으로 빠르게 부상하는 분위기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하는 조례에 따라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는데 다수의 지자체가 일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서 전통시장이 되살아나지 않는 데다 소비자의 쇼핑 편의성만 침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추세다.
올 2월 대구시가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는데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등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된 홍준표 시장 등을 고발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경찰이 해당 고발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를 결정하면서 향후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배경에는 최근 잇따른 전통시장과 지역 축제 바가지 논란이 한 몫 했다.
경북 영양의 한 전통시장은 이달 초 방송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옛날 과자를 14만원에 판매하고, 전남 함평의 지역 축제에서는 노점에서 어묵 한 그릇에 1만원의 가격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전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다.
해당 지자체까지 나서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부정 여론을 가라앉지 않았다.
또 인천의 유명 포구에서는 수년간 끊임없는 바가지 논란이 계속되자 상인들이 자정대회를 열고 “바가지를 다시는 안 씌우겠습니다”며 엎드려 큰절을 올리고 사죄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마트가 쉬는 날이면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고 급하게 필요하면 편의점을 찾게 되지 전통시장을 잘 찾게 되지 않는다”면서 “채소나 과일 같은 경우엔 마트 물건에 비해 품질이 일정하지 않고, 카드 대신 현금만 받으려는 곳도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트에 비해 불편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잇단 바가지 논란이 일기 이전에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는 계속돼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1월 발표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58.3%)이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휴일에 집 근처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불과했다.
작년 대통령실이 진행한 국민제안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가 가장 많은 표를 받기도 했다. 다만 투표 과정에서 중복 전송 논란이 일면서 규제완화를 보류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에 이어 지난달부터 청주에서도 평일 전환이 이뤄졌고 전국적으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한 지자체가 50여곳이 넘는다”면서 “최근에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조와 지역 전통시장 등 반발이 거세 평일 전환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 보니 해당 지역구 등 정치권을 압박해 규제 완화를 막으려는 시도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대구시 고발건이 무혐의로 끝나면서 부담은 줄었지만 고소, 고발이 이어지면 지자체도 정책을 진행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