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형량 예측, 실제 재판부 선고량과 같아…法, 징역 10개월 선고해 운전자 복역 중
대법원, 26일 'AI와 양형' 주제 심포지엄 개최…전문가들 "AI, 판사 보조 역할 가능"
오세용 판사 "시간 및 노력 절감 효과 있어…신속하게 형량 판단해 쟁점 집중 가능"
조력자 이상 역할 가능한 지 우려도…이종원 검사 "비언어인 부분, 문서화 힘들어"
인공지능(AI) 법률상담 플랫폼 형량 예측을 위해 지난해 7월 발생한 운전자 A 씨의 음주운전 기록을 입력한 결과, 실제 재판부 선고량과 같은 징역 10개월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음주운전 전과가 3차례 있던 A 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82%(면허취소 이상) 상태로 약 10km 운전했으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지 두달여 만에 무면허 상태로 적발됐다.
26일 중앙일보 등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는 이날 'AI와 양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AI가 판사의 양형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를 이뤘다.
이날 발제를 맡은 오세용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유사 사건을 검색해 사건별 양형 분포를 파악하는데 시간·노력 절감 효과가 있고, 신속하게 형량 범위를 판단할 수 있어 복잡한 다른 쟁점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가 재판 등에 활용된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2013년 2월 미국 위스콘신주 법원이 총격 사건에 사용된 차량을 무단으로 운전해 경찰로부터 도주한 에릭 루미스 사건에서 컴파스(COMPAS)라는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당시 컴파스가 재범 위험성을 높게 평가하자, 법원은 이를 양형 자료로 참작해 루미스에게 가석방 없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유럽 인권재판소의 재판예측 알고리즘이 실제 판결과 79% 일치한다는 점도 소개됐다.
그러나 AI가 조력자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정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가 내린 결과에 대해 피고인 등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합리적인 판단 근거와 논리를 설명할 수 없다는 '블랙박스' 문제를 언급했다. AI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할 순 있더라도, 판단 결과의 이유를 역추적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 부장판사도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라 판례를 바꿔야 하는 경우, 인공지능은 과거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원(38·41기) 서울중앙지검 검사도 "피고인·증인의 진술이 법관이 느끼기에 신빙성이 있는지, 어떤 태도였는지 등 비언어적인 부분은 문서화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