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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결집' 나선 이낙연…눈앞으로 다가온 '이재명 민주당' 요동


입력 2023.07.03 15:56 수정 2023.07.03 16:09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이낙연, 호남서 "지역민 민주당에 실망 많아"

당내서 이재명 체제 향한 '쓴소리' 낸것 분석

지역인사 100여명 동행…'세력 결집'도 성공

"이재명 흔들리면 그 자리 간다 포석 던진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고 박관현 열사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재명 체제를 향한 쓴소리와 함께 세 결집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내가 요동치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당의 어른인 이 전 대표가 분열을 원치 않을 것인 만큼 의사 표현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던 당내 인사들도 이번 발언에 대해서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따라 당의 진동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3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두 분(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이 대선 때 경쟁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고, 지금 어느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다 한다"며 "민주당에 혁신이 필요하고 변화가 필요하단 얘기는 이 전 대표 뿐 아니라 모든 민주당 당직자와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이 언급한 건 전날 호남을 찾은 이 전 대표가 던진 메시지다. 이 전 대표는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민들이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를 건 민주당에도 많이 실망한 것 같다"며 "민주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가치를 찾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의 방향에 대해 입을 연 건 귀국 후 처음이다. 귀국 당시 공항에서 "못 다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발언 이후 처음으로 낸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특히 이 전 대표가 방문한 곳이 자신의 연고지이자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인만큼, 해당 지역에서의 실망은 곧 이 대표를 향한 것이며 현 체제가 민심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단 점을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현 체제에 비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울수록 이재명 대표와의 대립이 재연될 공산은 커진다. 이 전 대표와 이 대표 간의 갈등은 일찌감치 예고된 측면도 있다. 친낙계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SBS라디오에 나와 이 전 대표와 이 대표에 대해 "우선은 두 분 사이에 신뢰가 복원이 돼야 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대선이 끝나고나서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에 협조하지 않아서 이재명 후보가 졌다'고 엄청난 비판을 받았지 않느냐. 세상 모든 선거엔 다 주역이 있는데 주역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가 없고 조력자가 책임을 져야 된다는 이상한 논리들이 만연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이 전 대표에 대한 악마화(가 계속되는) 식으로는 정말 신뢰를 회복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덧붙였다.


'대선 패배 책임'을 주연인 대선후보가 아닌 조연에게 돌리며 '악마화'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친명계는 급소를 찔린 듯 펄쩍 뛰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YTN에 출연해 "신뢰 회복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윤영찬 의원이 가진 피해의식이 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전 대표(이낙연)와 현 대표(이재명)는 그런 앙금이 있지 않을 것 같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이런 식으로 지나간 일들을 시시콜콜 따지기 시작하면 우리 민주당 내부의 단합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고 맞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아울러 이 같은 갈등은 이 전 대표를 고리로 한 친명과 비명 간의 대립으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당내에선 이번 묘역 참배에 이개호 민주당 의원과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100명 이상이 집결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가 '세 결집'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전 대표와 같이 간 인원이 100명이 넘었다는 건 누가 봐도 세력을 결집해서 이를 바깥에 보여준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명의 결집력엔 금이 가고 있는데 이 정도로 큰 세력을 보여줬다면 일각에서의 전망처럼 비명계의 구심점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들도 이 전 대표와 이 대표가 갈라질 것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국한 이 전 총리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여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로 나서야 한다'는 답변은 36.6%였던 반면, '이 대표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는 답변은 31.5%에 불과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낙연 전 대표의 '이재명 체제' 쓴소리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험한 말이 난무하는 모양새다. 소위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은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이낙연도 철수(안철수 의원)처럼 국짐(국민의힘을 비하하는 말)행 될 것" "이낙연씨…이제 그만 스스로 정계 은퇴 선언을 해주길 바란다" "이낙연을 선택의 조건 없이 버려야한다"는 등의 글을 다수 게재하면서 이 전 대표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이 진짜 분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또 막아야 하지만 심리적 분당 상태가 계속될 우려는 막을 수 없다"며 "총선 전까지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실제로 민주당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심정을 대변하기 위한 의도와 이재명 대표와 각을 세우기 위한 의도가 같이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가 대신 그 자리로 갈 수 있다는 포석을 던지는 메시지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는 양산 평산마을을 예방한다. 연장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도 찾아 참배한다. 다만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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