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방류 반대 여론 알리겠다"지만
빈 관저 시위 등 보여주기 식에 그쳐
日 정치인 "설명해도 안되면 무시해야"
윤재옥 "국제망신…부끄러움은 국민 몫"
더불어민주당 방일단의 활동이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에 후쿠시마 방류 반대 여론을 알리겠다"는 취지였지만, 의미가 있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할만한 일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1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국회의원단'은 이날 오전 '원전제로 재생에너지 100모임' 소속 일본 의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해양 방류에 대한 입장을 공유했다"며 "내일(12일) 기자회견에서 해양 방류에 대한 의견과 일본 정부에 대한 요구 등을 포함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방일 의원단은 안민석 공동단장을 비롯해 민주당 김승남·박범계·양이원영·위성곤·유정주·윤재갑·이용빈·주철현·의원과 무소속 양정숙·윤미향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방일단이 만난 '원전제로 재생에너지 100모임'은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초당적 모임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단체다. 이미 지난달 정의당이 일본을 방문해 이들과 함께 입장을 공유하고 연대를 선언한 바 있다.
이어 오후 방일단은 일본 사회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해양 방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穂·비례 5선) 사민당 대표는 "방류를 대신할 대안은 충분하다"며 "방류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한국 의원들과 의논하고 일본 사회에서 막을 수 있도록 여론 환기를 위해 사민당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방일단에 힘을 실어줬다.
사민당은 일본의 옛 양대 정당인 구 사회당의 후신으로 5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지만, 수차례 이합집산을 거쳐 지금은 당세가 상당히 쪼그라든 상태다. 1년 전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처참하게 참패했으며, 현재 의석수는 참의원(상원) 2명, 중의원(하원) 1명에 불과한 군소 정당이다. 일본 야당과 만났다는 상징성 외에 큰 의미부여를 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앞서 전날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방일단은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세계인이 반대한다"고 목놓아 외쳤다. 하지만 정작 기시다 총리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관저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윤재옥 원내대표는 "방일 민주당 의원들이 기시다 총리도 없는 관저에 찾아가 시위하고 연좌 농성을 벌였다"며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과 맹목적 반일감정을 표출하는 모습이 언론을 타고 국제 사회에 전해졌는데, IAEA 사무총장 면담에 이어 또 한 건의 국제 망신"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일본 내각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끈질기고 정중하게 반복 설명을 거듭한다'는 공식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리 야당의 반대 입장 고수에 대한 피로감도 엿보인다는 관측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장관은 전날 후쿠시마 제1원전 시찰 현장에서 "앞으로도 끈질기고 정중하게 반복 설명을 거듭해가고 싶다"고 했지만, 방위장관을 지낸 8선의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중의원은 같은날 트위터에 "한국 야당 의원들은 현지를 시찰해도 IAEA 사무국장이 방문해 설명을 해도 과학적 데이터를 전부 부정하며 일본을 비난한다"며 "성의가 통하지 않는다. 설명하고 반론해도 어쩔 수 없는 상대에게는 역시 정중한 무시"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