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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프로야구, 취하지 말라[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3.07.15 07:00 수정 2023.07.15 07:0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WBC 수모·술판 등 온갖 악재 속에도 전반기 400만 관중 돌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로 여기고 지적받은 문제들 묵묵히 보완해야

야구 잘해서가 아니라 야구 좋아해서 오는 팬들 사랑 놓치지 않아야

부산사직야구장 ⓒ 롯데 자이언츠

2023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800만 관중’ 돌파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일부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코로나19 풀려도 올해는 틀렸어”라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각종 악재가 겹친 프로야구는 최악의 한 해를 예측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야구대표팀은 개막 직전 치른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호주에 지고 한일전에서 대패하는 수모 끝에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집중력 떨어지는 플레이로 인해 일부 선수들을 향한 질타는 거셌고, 일본은 차치하고 호주에도 지는 한국 야구의 수준을 놓고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자조 섞인 웃음까지 나왔다.


끝이 아니었다. 일부 선수의 성추문·도박, 단장 뒷돈 요구, KBO 자회사 KBOP 관계자 배임수재 혐의 조사 등 악재가 줄줄이 터져 나왔다.


2023시즌을 앞두고 비관적인 전망과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지만, KBO리그에서는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개막전 전 구장 매진(총 10만5450명). KBO리그 10개 구단 체제에서는 처음으로 개막전 전 구장 매진을 달성했다.


‘야구에 목말랐던 수요의 일시적 폭발’ 정도로 여겼지만 반짝이 아니었다. KBO리그 특유의 노래하는 응원 문화와 함께 LG트윈스-롯데 자이언츠의 매서운 기세, KIA 타이거즈-한화 이글스에 대한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이 이어지면서 개막 364경기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시즌 중에도 ‘베테랑 에이스’ 김광현이 포함된 ‘WBC 기간 음주 파문’이라는 충격적 악재가 터져 나왔고, 전반기 막판에는 2군 선수단 내 단체 가혹행위 사태도 발생했지만 충성도 높은 팬들을 보유한 팀들의 선전과 치열한 순위싸움이 전개되면서 흥행 가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반기에만 441만2020명의 관중을 기록,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수준을 되찾았다. 전년 대비 88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인기팀들이 선두 다툼, 가을야구 경쟁권에 있기 때문에 후반기에도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있다.


잠실야구장 ⓒ 뉴시스

KBO를 비롯해 각 구단 및 선수들은 지금의 흥행 분위기에 취하면 안 된다. 다시 오지 않을 믿기지 않는 기회로 여기며 얼룩졌던 곳과 부족한 부분을 닦아내고 개선해야 한다. 선수들의 인성 관리, 유망주 육성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에 이어 음주 파문까지 벌어지면서 2023 WBC는 야구팬들에게 최악의 대회로 남았다. 9월에는 리그 진행 중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예정돼 있다. 자칫 아시안게임에서도 수모를 당한다면, WBC 실패 때보다 더 큰 질타에 이은 냉소와 무관심을 불러올 수 있다.


역사를 봐도 그렇지만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최고 인기 스포츠답게 팬들을 실망시키는 악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것이 팬들에 대한 예의이자 한국 프로야구가 더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다. 야구를 잘해서가 아니라 야구 자체가 좋아서 오는 팬들이 많다. 취하지 말고 다시없을 기회로 여겨야 한다. 팬심은 언제든 차갑게 돌아설 수 있음을 알아야 프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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