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고의 살인 아닌 업무상과실치사 이기에 집행유예 나온 것…이례적 판결 아냐"
"피해자 사망으로 본인 의사 확인할 수 없고…유족의 처벌불원의사가 양형 요인된 것"
"업무상과실치사 최대 5년 '금고형'…초범이고 합의까지 해서 실형 가능성 매우 낮아"
"검찰이 '양형부당' 사유로 항소 하더라도…항소심에서 형량 가중될 확률 거의 없어"
요양원에서 70대 치매 노인에게 음식을 강제로 먹이다가 질식사를 초래한 60대 요양보호사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시민들은 "사람이 죽었는데 집행유예라니 이해가 안된다"며 분노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유족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밝힌 점이 집행유예 판결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피고인에게 적용된 혐의가 고의 살인이 아닌 '업무상과실치사'에 해당하기에 검찰이 항소하더라도 실형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15일 인천지법 형사16단독 김태환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직 요양보호사 A(63) 씨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22일 오전 7시 44분께 인천시 계양구 요양원에서 치매를 앓는 B(사망 당시 79세) 씨에게 밥과 음식을 강제로 먹이다가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1분 동안 10차례가량 매우 빠른 속도로 밥과 음식을 B 씨의 입안으로 밀어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입안에 음식이 가득 찬 상태에서 제대로 삼키지 못했고, 40여 분 뒤 음식물에 의해 기도가 막히면서 질식해 숨졌다.
판사 출신 법무법인 판율 문유진 변호사는 "시민들 입장에선 '사람이 사망했는데 집행유예는 너무 가볍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고의살인과 과실치사는 형량에 큰 차이를 두고 있는 게 우리 형법과 사법기관의 입장"이라며 "법정형과 양형 기준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판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재판부에선 ‘피해자의 처벌불원'을 중요한 양형사유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사안과 같이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며 "물론 유가족의 처벌불원 의사가 피해자 본인의 처벌불원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해자가 남아있는 유가족의 슬픔과 피해라도 회복하려고 노력한 점에서 유족의 처벌불원이 중요한 양형 감형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확신 황성현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상의 법정형 자체가 5년 이하의 금고이다. 또 고의범에 비해 형량이 높지 않고 피고인이 초범이며 피해자와 합의가 됐기에 실형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만약 검사가 피고인에 대한 형이 낮다는 이유로 항소하더라도 항소심에서 (검찰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우면 김한수 변호사는 "금고형은 수형자에게 노역을 강제로 부과하지 않는 점에서 징역형과 차이를 보인다. 대게 파렴치범이 아닌 경우 금고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경우가 '업무상 과실치사'다"라며 "이 사건도 피고인이 고의로 사람을 죽이는 등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므로 금고형이 선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검찰이 항소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피해자는 피고인의 (고의가 아닌) 업무상 과실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유족도 처벌을 불원한다"며 "피고인이 초범인 점도 감안하면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