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이력으로 논란이 됐던 이상민(성남FC)이 결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에서 이상민 선수를 제외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지난 14일 명단 발표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의 선발 과정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맞지 않는 선수를 선발한 점에 대해 겸허히 인정하고, 향후 행정체계 정비를 통해 유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황선홍 감독 역시 “감독, 코칭스태프들도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부주의했던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향후 선수 선발과 운영 관련 사항을 더 세밀하게 신경 쓰겠다”고 전했다.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은 뜨거운 응원을 받아도 모자랄 시점에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14일 축구회관에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U-24 남자축구대표팀 최종엔트리(22인)를 발표했다.
모든 관심이 최근 PSG(파리상제르망)로 이적한 이강인에게 집중된 상황. 많은 축구팬들의 기대대로 이강인은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향후 PSG와 차출 문제를 놓고 협의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강인의 출전 의지가 강한 만큼 황선홍 감독도 그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엔트리 공식 발표 이후 ‘이강인 발탁’ 보다 더 이목을 끌어당긴 선수의 이름이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논란과 도마에 오른 대표 선수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던 이상민이다.
이상민은 충남 아산 소속이던 지난 2020년 5월 21일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음주운전 자체도 문제지만, 더 심각했던 것은 이를 구단에 즉각 보고하지 않고, 3경기 출전한 뒤에야 밝혔다는 점이다. 음주운전에 이은 은폐 논란을 일으킨 이상민에게 프로축구연맹은 리그 15경기 출전금지 및 제재금 400만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술을 먹고 운전한 뒤 은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금메달까지 획득한다면 병역 특례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축구팬들은 분노했다. 음주운전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범죄’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선홍 감독의 선택은 논란을 자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진지한 반성과 충분한 자숙의 시간이 있었다면 축구팬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21년에도 황선홍 감독은 이상민을 발탁했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에 어긋나는 결정이다. 대한축구협회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7조 징계 및 결격사유에는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 선고를 받았을 땐 형이 확정된 후 3년, 500만원 미만 벌금형 선고 후에는 2년 동안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이상민이 음주운전에 적발된 것은 지난 2020년 5월 21일, 태극마크를 달고 황선홍호 첫 경기를 치른 것은 지난 2021년 10월 25일이다.
황선홍호는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KAA헨트),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 등 해외파와 전북과 울산에서 맹활약 중인 박진섭, 백승호, 설영우를 와일드 카드로 불렀다. 엄원상(울산현대)을 비롯해 송민규(전북현대), 고영준(포항스틸러스) 등 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을 떠올리면 이번에도 충분히 금메달에 도전할 만하다.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위대한 도전을 앞두고 출발 전부터 잡음에 시달렸던 황선홍호는 매끄럽지는 않지만 뒤늦게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결단을 내리며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일을 통해 음주운전이 얼마나 큰 여파를 미칠 수 있는지 축구계를 넘어 체육계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다시는 이런 결정과 행정이 없도록 인식의 재무장과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