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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배우자 통화내역, 법원 명령하면 제출?…"신상털이식 소송 장려해선 안돼" [디케의 눈물 99]


입력 2023.07.19 04:14 수정 2023.07.19 04:14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SK텔레콤 '문서 제출 명령 불이행' 관련 법원 과태료 처분 불복…재항고했으나 기각

법조계 "이혼소송서 통화내역 제출신청 허용되지 않지만…이번 판결은 예외 해당"

"배우자의 불륜 행위, 다른 방법 통해서도 입증 가능…당사자 사생활 침해 우려 돼"

"불륜, 명백한 이혼사유이긴 하나…이번 판결이 '간통죄 부활'로 연결되지 않을 것"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이 이혼 소송 당사자의 통화 내역을 요구할 경우 통신사가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통신자료 열람을 통해 사생활이 침해될 수도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배우자의 불륜 행위는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입증이 가능하기에 법원이 신상털이식 소송을 장려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SK텔레콤이 문서 제출 명령 불이행에 따른 법원의 과태료 처분에 불복해 낸 재항고를 지난 17일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은 이혼·친권자 소송 중인 부부의 사건에서 파생됐다. 아내가 남편의 불륜을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통신사에 남편의 통화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SK텔레콤 측이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면서 재판은 대법원까지 가게됐고 이러한 판단이 나왔다.


재판의 쟁점은 민사소송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서제출명령 조항이 다른 경우 '어떻게 해석하는가' 였다. 민사소송법은 법원이 소송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도 문서제출을 명령할 수 있고 제3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원의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통화내역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판율 문유진 변호사는 "입법기관은 법을 제정 및 개정하는 기관이고 법의 해석은 사법기관이 담당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이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법적 절차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라며 "다만 이 사건의 쟁점이 단순히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의 해석 문제에 국한되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입법과 사법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제 3조에 '민사소송법'을 입법적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법무법인 건양 최건 변호사는 "불과 7~8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혼소송에서 불륜을 입증하기 위해 통화내역 제출신청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여론과 개인정보보호법 근거규정을 이유로 통신사들이 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현재는 사실상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 판결은 과거와 같이 법원의 통화목록 제출명령이 있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예외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다만 통신자료의 열람이 가능하다고 해서 부정행위를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사생활이 침해되는 개인정보가 중대한 점을 고려하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며 "부정행위는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입증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신상털이식의 소송이 과연 적절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리더스 김희란 변호사는 "개인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마땅하나 법원은 재판을 통하여 사건의 실체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에 있고 그 여부는 판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며 "또한 원고와 피고는 소송 기간 동안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제출해야하고 법원 역시 당사자들이 증거확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에 해당 판결만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형법상 간통죄는 폐지됐으나 배우자의 불륜은 이혼사유이자 불법행위로 여전히 인정하고 있다"며 "민사상 불법행위는 형법상 범죄의 범위보다 포괄적이고 넓기 때문에 간통죄가 폐지된 것과 별개로 불륜행위는 민사와 가사소송에서 손해배상책임으로 인정돼 왔다. 따라서 해당 판결이 형법상 간통죄 부활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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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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