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오만불손 권한 누가 줬나
의원 품격 떨어뜨리면 추방해야
체질화한 내로남불 사과는 없어
▲①안하무인·예의 상실의 발언과 질문=국회의원들의 대정부 질문 태도가 너무 불량스러워, 혹 호통치고, 소리 지르고, 훈계하고, 조롱하고 깐죽거리고, 이죽거리는 등의 권한이 부여된 것인가 해서 국회법을 뜯어봤으나 그런 규정은 없다. 흔히 이분들이 강조해 마지않는 ‘국민의 대표로서’ 국무위원들에 대해 그 정도 위세 자랑은 필요하다고 입법 당초에 판단되었더라면 당연히 포함됐을 것이다. 자기들의 이익 권리 권한 지위 예우 등에 대해 유난히 민감한 분들이 알고도 포함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의원들 오만불손 권한 누가 줬나
그게 아니면 몇 가지 금지사항 외엔 무슨 행위든 다 해도 된다는 이른바 네거티브 규제 체계인가? “국민의 대표가 뭐든 못하랴”라는 인식으로? 그것도 아니면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이 이미 허용하고 있으므로 국회의원의 행동을 제한 혹은 규제하는 조항 같은 것은 전혀 필요가 없다고 여긴 것일까? ‘면책특권’ 규정은 의원의 발언과 관련, 그 내용만이 아니라 그에 수반하는 일체의 언행까지도 ‘면책’한다는 포괄적 의원 보호 조항으로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미국 삼권분립형 정치체제의 바탕에는 존 로크→몽테스키외(샤를 루이 드 스콩다 몽테스키외)로 이어지는 권력 분립론이 있다. 그 원형은 고대 로마의 공화정이다.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자·역사학자 폴리비오스는 로마가 짧은 기간 안에 지중해 세계를 아우르는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을 혼합정체에 두었다. 그 정체는 군주(집정관)+귀족(원로원)+평민회(인민)의 혼합정체였다.
미국 정치체제는, 대통령+의회(상원·하원)+사법부의 구조다. 로크의 2권 분립론에 몽테스키외가 사법권을 더해, 3권 분립체제가 됐다. 상원은 원로원, 하원은 평민회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의회 의원은 귀족·평민의 개념이 아닌 ‘국민의 대표’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거기에 지역대표, 정당 대표의 지위와 역할이 더해진다.
의회는 명예·숙의(熟議)·온건·합리 등을 연상시킨다. 국민에 의해 뽑힌 사람들로 구성되는 협의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품격을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를 지닌 사람들인 만큼 상스러운 언행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이야말로 반의회적 행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국회 안에 버티고 있는 그런 유형의 의원은 쉽게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기고만장이 없다. 국무총리나 장관들을 불러다 놓고 죄인 취급하며 을러댄다. 그렇게 하면 남들이 아주 대단한 권력자로 봐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그렇게 봐주기를 기대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마구 상스럽게 해댄다. 심지어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대학교수가 “내가 의원님 아들입니까?”라고 항변하는 상황으로까지 몰아갔을 정도다.
자기 자식이라 해도 못 할 말투와 행동을 남에게 예사로 해댄다. 국회 밖에서 그랬다가는 뺨 맞거나 고소당하기 딱 알맞은 언행을 하면서도 창피를 모른다. 나이가 방어막일 수는 없겠지만 연장자를 향해 모진 말로 훈계까지 하는 태도는 정말로 참고 봐주기 어렵다. 인권 부재 지역이,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국회의사당이라는 걸 생각이나 하고 사시는가?
의원 품격 떨어뜨리면 추방해야
개헌까지는 어렵겠지만 국회법을 고쳐서라도 국회의원의 국무위원·소관 기관장·증인·참고인 등에 대한 명예 및 인권 존중 의무를 부과하기를 바란다. 이 의무를 위반하는 의원은 가차 없이 민의의 전당에서 내쫓아 버리도록 하는 벌칙도 당연히 필요하다. 국무위원 등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국민 대표’의 품격 훼손에 대한 징벌로!
▲②반성할 줄 모르는 정치꾼들=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20일 가상자산 의혹과 관련,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의 ‘제명 권고’를 당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윤리자문위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형평에 맞게 적용한 것인지 의문스럽고 유감을 표한다”라고 되레 공격하고 나섰다. 상임위 회의 시간에만 200회가 넘는 코인 거래를 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입을 꾹 닫고 있는 가운데 자문위에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신고한 의원이 김 의원 외에 10명이 더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벌써 ‘형평성’ 운운하며 자문위 결정 뭉개려는 기류가 민주당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들린다. ‘형평성’을 따지다니! 각자에게 그 몫의 책임을 지게 하면 될 일 아닌가.
민주당의 후흑(面厚心黑: 두꺼운 얼굴 검은 마음)정치는 끝 간 데를 알 수 없다. 이재명 당 대표부터 앞 나서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거듭 선언하고서도 서약서 서명은 외면해 왔다. 당 혁신위가 “그러다 망한다”라고 압박하고 비명계 의원들이 집단 서명을 하자 마지못해 의원총회 결의로 갈음했다. 그것도 ‘정당한 영장 청구’를 조건으로―.
자기들 정권 때 입안하고 민간업체에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겼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김건희 여사 일가의 이권 사업인 양 황당한 공격을 예사로 해온 정치세력도 민주당이다. “우리가 잘 못 안 부분이 있었다”라며 사과하고 논란을 일단락지었으면 좋았을 텐데 되레 국정조사를 하자고 억지를 부리고 나섰다. 민주당 이 대표는 원희룡 건설교통부 장관의 양자토론 제의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총선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정부 흠집 내기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뚜렷이 읽힌다.
체질화한 내로남불 사과는 없어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 방문 중이던 지난 12일 명품점 다섯 곳엔가 들린 것이 민주당의 호재가 되었다. ‘명품점 쇼핑’으로 국민의 반감을 자극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씨는 혼자 대통령 문장이 선명하게 부착된 전용기를 타고 인도로 가서 타지마할 관광을 즐겼는데도 민주당은 묵언수행 상태다(이런 얘기는 하자면 끝이 없으니 줄이기로 하자).
민주당은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후보지(육군참모총장 공관)를 답사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하고 흉보기에 아주 열심이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그가 후보지를 둘러봤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풍수지리 및 관상 전문가인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백재권 겸임교수가 다녀갔고 청와대 이전 TF에 조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당의 박성준 대변인은 “뭐라고 변명하고 물 타기해도 대통령 관저 선정에 풍수지리가가 개입했다는 사실은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 대목에서 ‘정당화’가 왜 나오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백 교수가 예전에 김정숙 여사, 이재명 대표 내외와도 만났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역시 묵언이다.
다들 선거 때만 되면 역술인이나 풍수가의 집을 풀 방구리 쥐 드나들듯 하면서도 시침 딱 떼고 남을 흉볼 수 있는 얼굴 두꺼움은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이 점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를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역술인의 조언(혹은 지시?)대로 3000만원을 주고 부적을 사서 전국 9개 지역의 산(아마도)에 시간 맞춰 파묻었다고 한다(인터넷 신동아, 2008. 9. 25). 이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억지 조어로 들려 불편하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달리 있을 것 같지 않다)의 화신, 민주당 지도부와 그 스피커들’은 어제도 오늘도 제 몫 다하느라 바쁘다. 양심·도덕성 같은 덕목들을 파묻어버리고서도 국민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다고 정말로 믿고 있다는 건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