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자필편지 통해 "이재명에 대북송금 보고 안 해…즉흥적으로 한 얘기" 다시 번복
법조계 "처음 진술 나오자 민주당서 접촉, 아내 변호인 해임신고서 제출…순수하게만 볼 수 없어"
"사실대로 진술한 뒤 당 회유에 재차 번복했다는 합리적 의심…검찰도 회유 사실 모르진 않을 것"
"檢 이화영 진술에만 의존 말고…번복 의미없는 보고 문서나 녹음 등 객관적 물증 추가로 확보해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에서 "대북송금 사안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최근 이를 다시 뒤집는 내용의 친필 편지를 발표했다. 불과 사흘 만에 재차 진술이 바뀐 이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로 이 대표 '8월 위기설'이 급격히 대두되자 민주당 측에서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며 이 전 부지사를 민주당에서 회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1일 민주당을 통해 공개한 친필 편지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경기지사 방북도 신경 써 달라'고 한 적은 있다"면서도 "이를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하지도 않았고, 즉흥적으로 한 이야기다"고 부인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지난 18일 검찰 조사에서 "2019년 북한 측 인사로부터 '방북 비용이 든다'는 말을 듣고, 귀국 후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에게 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도 외국환거래법 위반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이 전 부지사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방북 요청을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재차 이 전 부지사의 입장이 바뀌자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민주당 측에서는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로 인해 이 대표 '8월 위기설'이 급격히 대두되자 심리적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 회기 이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민주당은 그야말로 좌중지란 상태에 빠져들어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 만큼 이 대표 뿐 아니라 민주당 차원에서도 이 전 부지사에 대한 회유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자필 편지보다는 조사 시 직접 진술에 큰 신빙성을 두겠으나 현재 자필 편지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작성 경위와 신빙성 여부에 대해 추가 조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도 "이 전 부지사의 처음 진술이 외부로 나오자마자 민주당 관계자가 그를 접촉하거나 검찰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아내가 변호인 해임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일련의 사태를 지켜볼 때 순수하게만 볼 수는 없다"며 "사실대로 진술한 이후 당의 회유에 재차 진술을 번복한 것은 아닌지 등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고 이런 민주당 차원의 회유에 대해 검찰이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입장이 또 다시 바뀐 이유 및 그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은 민주당 측 접촉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가장 중요하지만 계속 번민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진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더 이상의 번복이 의미 없는 보고문서, 녹음 등 객관적 물증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는 진술 번복의 구체적 이유를 이 전 부지사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진술녹화 등으로 남겨둘 필요도 있다"고 부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이 전 부지사 입장에선 자신의 진술 번복으로 인한 여파가 커지는 모습을 보고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다만 편지를 통해 다른 진술을 내놓은 것이 입장을 또 다시 선회했다고 확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편지 내용이 법원에 공식적으로 제출된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법정에서 최종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