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 흉기난동' 최원종, 조현성 성격장애?…심신미약 인정 안 될 듯" [법조계에 물어보니 209]

최원종,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경찰 "망상 빠져 범행" 판단

법조계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는지가 관건…정신질환 병력만으로 감형 안 돼"

"정신감정 통해 심신미약 여부 확인…국립공주병원에 한 달 입원시켜 검사"

"최원종, 자의로 치료 거부…일반 환자와 다르게 오랜 기간 범행 준비"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서현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심신미약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일반적인 조현성 인격장애 환자와 다르게 오랜 기간 범행을 준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최원종이 심신미약을 통해 감형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10일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은 이날 오전 9시쯤 최원종을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구속 송치했다.

최원종은 이달 3일 오후 5시 56분쯤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을 돌진하고 흉기를 휘둘러 14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최원종이 이후 3년간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최원종이 감형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현행 형법 제10조 2항에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최원종의 범행이 조현성 인격장애 때문이라는 것이 소명될 경우 구형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면서도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그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심신상실 상태였는지가 관건일 것 같다"며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심신미약, 심신상실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감정을 통해 심신미약, 심신상실 여부를 더 정확하게 확인할 것"이라며 "판정을 위해 국립공주병원에 한 달 입원시켜서 살펴보고 검사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심신미약이 인정될 경우 형을 감경 할 수 있고 심신상실이 인정되면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최원종의 경우 심신상실을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현역 흉기난동 피의자 최원종ⓒ연합뉴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를 경우 감형 조항은 형법 제10조에 규정돼 있고 이를 이유로 감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최원종의 범행이 조현성 성격장애 때문이라는 것이 소명되면 판단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최원종의 범행이) 강력범죄이고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안이므로 검찰이나 법원에서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모방범죄의 위험이 큰 만큼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살인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심신미약이라 하더라도 자의로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오히려 이를 가중 인자로 삼거나 감경인자에 반영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원종의 경우 조현성 성격장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초기에는 약을 받아 복용하다가 자의적으로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인 조현성 성격장애 환자와 다르게 오랜 기간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살인을 준비, 암시하는 글 등을 올리며 계획적으로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 조현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인지 기능이 떨어져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원종은 사이코패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묻지마 범죄'에 대해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진 점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최원종이 조현성 성격장애라는 이유만으로 감형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또 "다만 구체적인 감형 여부는 최원종에 대한 정밀 정신감정이 이루어진 이후에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