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당 지도부 명확한 지시 확신…당 망가뜨리는 길"
친명계 "지금 어떻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나" 반박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 권고안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1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배경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민주당 내에서 제기됐다. 비명(비이재명)계는 김 의원이 이 대표와 가까웠던 만큼,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비명계의 '기승전 이재명 책임' 논리라며 분열을 일으켜선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밤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당 지도부의 명확한 지시가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지시 없이는 국민적 비판에 휩싸인 김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굳이 부결될 리 없다는 의미다.
앞서 윤리특위 1소위는 김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무기명으로 표결한 결과 찬성 3표, 반대 3표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윤리특위 소위는 민주당 3명(김회재·송기헌·이수진 의원)과 국민의힘 3명(백종헌·이양수·임병헌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무기명 비밀투표이긴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의원 3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윤리특위 얘기하면 맨날 하던 얘기가 자문위에서 결정한 걸 그냥 받아들이자(였다)"라며 "그런데 이거를 우리 당 이름 걸고 우리 당이 그냥 '김남국 방탄할게' 이렇게 결정하는 게 정말 겁이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이건 민주당이 가야 될 길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을 설득해서 이렇게 (불출마 선언을 하도록) 한 게 정치력이라고 보는데, 이건 민주당을 망가뜨리는 길이지 정치력이 아니다"라며 "지금 내로남불 때문에 민주당이 위기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그래도 '민주당 정신 못 차린다'를 왜 또 들어야 되느냐"라고 비판했다.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비명계 장철민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상했다. (찬성 반대표가) 3:3 이라는 게 이상하고, 내가 분명히 듣기로 당에서 뭔가 정리를 하지 않았다, 당론 이런 거 없다 이렇게 얘기를 들었는데 숫자가 너무 좀 공교로웠다"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단순하게 국회의원직을 내려놔라 수준이 아니라 사실은 정치적인, 역사적인 평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윤리특위 의원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법적 지식이든 이런 걸로 판단을 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구나, 이거는 차라리 당에서 정말로 여러 가지 정치적인 그리고 국민 뜻에 대해서도 토론하는 과정을 조금 더 밟았어야 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비명계의 이러한 의심에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지시했다고) 직접 들었느냐"라며 "지금 당대표가 어떻게 이 부분에 관련해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할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그 지시가 어떤 지시인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그분들이 직접 들었는지, 전해들은 건지 좀 묻고 싶다"며 "사실 그런 추측성 발언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민주당 안팎에서 민주당에 문제만 생기면 '기승전 이재명 책임', 이런 논리의 연장선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렇게 예민한 문제를 갖고, 더군다나 국민들을 매우 분노하게 한 그런 사건 아니었겠나"며 "아무리 여러 가지 정상 참작의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대표가 거기에 관련해서 자기 의사를 표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고려된 결과라며 김 의원을 두둔했다. 정 의원은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스스로 정치생명을 끊었다"라며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에서 "(김 의원이) 정치를 그만하겠다는데 이 정도면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통일부 장관 시절에) 코인을 (거래)했다는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왜 조사를 안 하나"라고 여권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