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와의 연계 강화…EBS "국수영 난도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
입시업계 "초고난도 문항 빠져 최상위권 수학 변별력 6월 모평보다 ↓"
"영어 지문 수준 평이…'매력적 오답' 있어 체감 난도 아주 낮진 않아"
6일 실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는 교육부가 밝힌 대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배제되고 EBS와의 연계가 강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생소한 소재나 전문적인 배경 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 대신, 지문을 끝까지 읽고 제시된 정보를 파악해야 풀 수 있는 문제와 까다로운 선택지가 변별력 확보에 활용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EBS 대표 강사들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한 반면, 입시업계는 수학과 영어영역의 경우 난도가 다소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2139개 고등학교(교육청 포함)와 485개 지정학원에서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정부는 6월 모의평가 이후 수능에서 공교육이 다루지 않는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모의평가는 수능의 출제 방향을 탐색해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모의평가다.
EBS는 이번 모의평가에서 처음으로 국어·수학·영어영역 종료 후 출제경향 분석 브리핑을 진행했다. EBS 대표 강사들은 이들 주요과목에서 킬러문항이 빠지고 공교육 연계성이 강화됐으며 과도한 추론·계산, 사전지식 요구가 없었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공교육을 잘 따라가고 주어진 지문과 선택지를 꼼꼼하게 읽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는 것이다.
EBS 국어 강사인 중동고 최서희 교사는 국어영역의 경우 "6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소위 '킬러문항'은 배제됐지만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선지 구성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수능에서 논란이 됐던 '클라이버의 기초대사량 연구'처럼 낯선 개념을 앞세운 문항을 배제하고, 선택지의 정교함을 통해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EBS가 꼽은 변별력 높은 문항은 독서 영역에서 초정밀 저울의 질량 측정 방법을 다룬 지문에 달린 11번 등이지만 이 역시 EBS와 연계된 문항이었다.
입시업계도 킬러문항이 배제됐지만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는 "지문의 난도보다는 선택지의 난도가 더 있었다"라며 "킬러문항은 없었으나 준킬러급 문항들이 난도를 있게 했다"고 분석했다.
수학영역의 경우 킬러문항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EBS와 입시업계의 분석이 같았지만 난도 분석은 다소 엇갈렸다. EBS 수학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9월 모의평가는 6월 모의평가, 2023학년도 수능과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됐다"며 "(교육부가 킬러문항 유형으로 지목한) 세 가지 이상의 개념 결합, 미적분과 같은 특정 과목 선택자에게 유리한 문항, 고교 수준 이상의 학습자에게 유리한 문항은 출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입시업계에서는 초고난도 문항이 빠지면서 전년도 수능보다 쉬웠다는 평이 나왔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공통과목은 2023학년도 수능, 올해 6월 모의평가와 다르게 문항이 배열돼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문항 자체의 난도는 어렵지 않았다"며 "선택과목은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종로학원은 "고난도 문제를 배제하고 특히 주관식 문항을 쉽게 출제하려는 의도가 보여진다"며 "최상위권 변별력은 6월 모의평가보다 떨어지고 중상위권 변별력은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킬러문항 배제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해 온 교육분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이번 모의평가에도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한 것으로 보이는 문제들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김상우 사걱세 연구원은 "극도로 어렵지는 않지만 교육과정을 벗어나거나 풀이과정 중 지금 배우지 않은 내용이 들어간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수학 공통 10번은 (풀이과정에서) 미지수가 3개인 1차 연립방정식이 나오는데 학교에서는 미지수가 2개인 1차 연립방정식만 배운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적분 28번도 교육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는 절대값 포함 삼각함수를 다루고 있다"라며 "미적분 30번도 대학 과정에 삼각함수, 도형, 극한의 쉬운 풀이법을 가르치는 책이 있는데 이를 아는 학생들은 쉽게 풀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어영역의 경우 한국어로 번역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과도하게 추상적인 표현이나 전문적인 단어를 제외해 공교육 내 출제 방침을 따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EBS 영어 강사인 김보라 삼각산고 교사는 "6월 모의평가보다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킬러문항은 배제됐다"고 강조했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은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이 7.62%로 작년 수능(7.83%)과 비슷했다.
김 교사는 "답이 바로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며 "(지문의) 어떤 부분만 봐선 안 되고 통합적으로 생각해 분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입시업계는 일부 선택지에 '매력적인 오답'이 있었고, 지문 수준은 평이했다고 설명했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작년 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쉬웠다"면서도 "독해 후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다소 생각을 요구하거나 매력적 오답이 포함된 문제들이 많아서 체감 난도가 아주 낮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9월 모의평가 성적은 다음 달 5일 수험생에게 통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