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나오면 그때 비판해달라"며 언론과 팬들에게 질타 자제 부탁
결과와 내용도 불만족스럽지만 클린스만 기행이 가장 큰 문제
팬들에게 응원 요청하기 앞서 대표팀 감독으로서 납득 가능한 행보 보여야
“아시안컵 끝나고 비판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응원이 더 필요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당초 일정을 바꿔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에 한 말이다.
지난 13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부임 6경기 만에 가까스로 첫 승리를 따낸 클린스만 감독은 유럽에 잔류해 김민재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독일) 경기를 관전한 뒤 국내로 귀국할 계획이었지만, 국내 체류와 관련해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일정을 변경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왜 일정을 바꿨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많은 분들이 나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웃으면서 "'해외 원정을 마치고 선수단이 귀국할 때 보통 감독들이 같이 이렇게 귀국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더라도 외부에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나왔을 때, 질타나 비판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을 응원하고 결과가 나온 뒤 비판해달라는 취지의 부탁도 남겼다.
부정적 여론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깊은 착각의 늪에서는 빠져나오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이다.
현재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불신이 커져가는 배경에는 역대 감독 중 가장 늦게 따낸 승리라는 결과와 무색무취 전술에 따른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도 자리하고 있지만, 더 큰 부분은 납득하기 어려운 외유 행보다. 과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직책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하는 그의 행보가 문제다.
부임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 “한국에 상주하며 선수들 체크하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해외 체류 기간이 길었다. 6개월 여 임기 중 국내에 체류한 기간은 70일도 되지 않았다. 한국을 떠나 자택이 있는 미국에서 ‘원격 근무’를 했고, 축구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은 생략하면서 UEFA 행사에 참석했다. ESPN과의 인터뷰에서는 리오넬 메시나 리버풀 클롭 감독에 대한 평가와 EPL 토트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결과도 예측했다.
이번 A매치 기간에는 경기력과 결과 모두 좋지 않던 상황에 '레전드 매치' 참석 여부를 놓고 해프닝이 발생했다. 웨일스전 졸전 후에는 아론 램지에게 다가가 유니폼을 요청했다.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이 상대 선수에게 유니폼을 달라고 했으니 쓴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그리면서 팬들에게 응원을 요청하는 것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손흥민도 클린스만 감독 행보에 대해 “팬들 입장에서는 그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축구대표팀 감독직보다 외부 활동이 중요하다면 감독직을 내려놓고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맞다. 대표팀 감독 역할을 최우선 순위로 여긴다면 “비판 보다 응원해달라”는 말에 앞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클린스만호의 가장 큰 리스크는 클린스만 감독의 기행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 대표팀을 운영한다면, 클린스만 감독이 우려하는 팀을 흔들 정도의 질타나 비판은 막을 수 있다. 응원을 원한다면 팬들을 먼저 이해시켜야 한다. 그렇게 부정적 여론이 팀을 흔들고 위험한 것이라면 클린스만 감독이 먼저 바뀌면 된다.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끈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등 모두가 그렇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