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자민련·2016년 국민의당 '한때 돌풍'
파괴력 큰 사례 있는 만큼 선거 앞두고 주목돼
민주당, 가결 사태로 친명-비명 '심리적 분당'
총선 공천 과정서 비명계 대규모 탈당 관측도
총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메가톤급 변수 중 하나는 분당(分黨)이다. 제3지대는 장외에서 생겨나기도 하지만, 기존 거대 양당이 깨져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 경우의 정치적 파괴력은 판도를 흔들 만큼 세기도 했다. 22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지금, 거대 양당의 분당 가능성이 주목되는 건 분열 깊이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안정적이지는 않다는 점 때문이다.
역대 거대 양당 분당 사례를 보면 먼저 1995년 신한국당이 분당하면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생긴 자유민주연합을 들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오래 존속한 제3정당으로 평가받는 자민련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충청권 28석 가운데 24석을 석권하는 등 총 50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자민련은 DJP연합 붕괴 과정에서 부침을 겪었고, JP의 정계은퇴로 구심점마저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소멸했다.
2016년 창당된 국민의당은 민주당 분열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국민의당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안철수·김한길 의원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20대 총선에서 당시 안 대표가 진두지휘한 국민의당은 호남권과 젊은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38석이라는 예상 외의 성과를 거두는 등 '돌풍'을 일으켰지만, 이듬해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결국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처럼 정치적 파괴력이 큰 사례도 있는 데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무당층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분당을 통해 무당층을 끌어안는 세력이 형성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9~21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3%, 민주당 33%, 무당층 29%를 기록했다. 거대 양당 지지율과 무당층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 있는 건 역대 총선을 앞둔 시기에 이례적인 상황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22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에서 분당이 이뤄진다면, 그 가능성은 민주당이 더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당내 헤게모니 다툼이 이어졌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와 구속영장 기각으로 현재 민주당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친명계는 비명계를 겨눈 피의 숙청 태세를 보이고 있고, 비명계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열은 필패'라는 공식을 깨기가 쉽지 않은 만큼 민주당의 계파 갈등이 분당으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실제 친명계와 비명계 모두 '우리가 왜 나가느냐'는 식의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서 "지금 누구 좋으라고 딴 살림을 차리겠나"라고 말했다. 비명계의 한 의원도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려면 우리 당이 제대로 서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박성민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지난 27일 SBS라디오에서 "분당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며 "당 안에 분명히 갈등이 있고 그게 봉합하기 힘든 수준까지 감정적으로 격해지고 있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이분들(비명계)이 나가서 당을 새로 할 거냐, 내가 봤을 때는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친명계 중진 안민석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서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어느 누구도 헤어질 결심은 하지 않는다. 즉 분당 가능성은 제로"라고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역대 당명마다 '통합'을 의미하는 단어가 왜 들어가 있겠나. 민주당이 분열과 통합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라며 "지금 비명계에 깃발을 들 차기 주자가 없는데 분당에 나선다? 그야말로 정치적 도박"이라고 말했다.
분당 가능성은 낮더라도 결국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의 탈당 러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난 27일 YTN라디오에서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비명계가 설 자리를 완전히 잃었다고 진단하면서 "비명계를 몰아내지 않고 경선에서 컷오프 시키지 않더라도 당연히 당내 경선에서 우수수수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비명횡사 수순"이라며 "경선에서 지면 할 말이 없는 거 아니냐, 그런 과정을 통해서 비명들이 이제 민주당에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준석·유승민 등 비윤계 움직임, 국민의힘 최대 변수
李 신당 창당 가능성 열어둬…"판 짜여지는 것 봐야"
여권서 "반드시 끌어안아야 총선서 유리" 목소리 나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화돼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말도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비윤석열)계의 움직임이 최대 변수다.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총선 전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의 운신의 폭이 커질 수도 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말 개설한 유튜브채널 '여의도 재건축 조합'을 통해 정책 행보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엔 대구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 놓은 상태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장이 섰을 때 장사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선거 100일 앞두고 어떤 판이 짜여지는지 보고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선거 공식에 따라, 여권에서는 두 사람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상현 의원은 최근 이데일리TV에서 "이 분들이 탈당해서 새로운 당을 만들면 강성 지지층이 있는 경상도에서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선거에서 1000~1500표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에서는 결정적으로 우리 표를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며 "현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하는 공동의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전략적인 상황을 보고 판단해 그 분들을 끌어 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계 책사로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최근 한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어느 정도 포용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당의 자원인 이 전 대표나 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는 게 상식"이라며 "두 사람을 반드시 끌어안고 가야 선거에도 분명히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