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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vs 환자' 안철수·이준석 대립 점입가경…당은 "그만 좀"


입력 2023.10.17 02:00 수정 2023.10.16 22:24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이준석 "아픈 사람 상대하지 않아"

안철수 "악마의 눈물, 탈당 명분쌓기"

뜬금없는 대립 격화, 적대적 공생?

당은 부담…"갈 길 급한데 서로 그만"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데일리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의 책임론이 엉뚱하게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대립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안 의원은 이 전 대표의 행태를 '선거에 도움이 안 되는 내부 총질'이라고 규정하고 제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을 '환자'라고 표현하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취지로 맞서는 상황이다.


포문은 안 의원이 열었다. 안 의원은 보궐 선거 다음 날인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부 총질 이준석을 제명하고, 합리적인 세력과의 확장정치를 해야 한다"며 "오직 소속된 당을 비판해온 정치인을 다시 징계해 당의 내부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접적인 발단은 강서구청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거진 소위 '욕설 논란'이었다. 김태우 후보 지원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 지지자로 보이는 한 시민이 욕설을 하자 안 의원은 '유머' 차원에서 이를 그대로 인용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전 대표가 시민의 욕설은 빼고 막말을 했다는 식으로 가짜뉴스를 가장 먼저 퍼뜨렸다는 것이다.


16일에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열고 "언제까지 이 응석받이가 당에 분탕질하는 것을 내버려 둬야 하겠느냐"며 "이준석을 내버려 두면 내년 총선에서도 당에 또 내부 총질을 할 것이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며 방송에 출연해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나아가 안 의원은 지난 14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이준석 제명'에 동참한 1만6036명의 서명과 함께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를 공식 요청했다. 이번 주까지 추가 서명을 받아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안 의원은 "외연확장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지 해를 끼치는 사람과 어떻게 같은 배를 탈 수 있느냐"며 "외연확장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유세차에 올라가서 우발적으로 당황해서 'XX하고 자빠졌네'라고 발언해놓고 시민 탓을 하느냐"고 반문한 뒤 "안 의원이 총선 패배의 선봉장이 되려 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한심하다"고도 했다.


심지어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이 전 대표는 안 의원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나는 아픈 사람은 상대하지 않는다"며 환자 취급을 했다.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 시각이 안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시점이어서 두 사람의 대립각은 더욱 두드러졌다.


안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이 전 대표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제명의 불길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과 당을 직격하며 악마의 눈물 쇼를 보여줬는데 연기는 둘째 치고 진심은 보이지 않았다"며 "눈물 쇼를 보여주고 제명당하면 탈당할 명분을 쌓으려는 잔꾀가 뻔히 보인다"고 적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뜬금없는 대립을 '적대적 공생관계'에 비유하기도 했다. 안 의원 입장에선 이 전 대표를 공격함으로써 당내 친윤 강성 지지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 후 '이준석 제명안'에 서명하겠다는 지지층의 문의가 의원실에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반대로 이 전 대표는 탈당의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지역구인 노원구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더라도 당선이 쉽지 않은 지역이다. 또 낙선할 경우 정치적 치명상은 피하기 어렵다. 그럴 바에는 명분을 쌓고 탈당해 신당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할 수 있다는 설도 없지 않다.


문제는 두 사람의 대립이 국민의힘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궐 참패 후 쇄신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를 비판하며 역설적으로 '이준석 프레임'이 더 강화되는 것 역시 당으로서는 부담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이 갈 길이 먼데 서로 간에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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