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참패 이후 보폭 넓히는 與 비주류
유승민 "신당은 최후 수단…12월 결정"
이준석 '총선 100일 전' 마지노선 언급
장예찬 "李, 노원서 승리할 자신 없는 것"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국민의힘 내 비윤(비윤석열)·비주류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으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정기조를 전환하고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는 '18%p 차 패배'를 예측해 적중시킨 이준석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17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대로 가면 보수가 상당한 위기다. 19대 총선 때 152석 다음 122석, 지금 110석 정도로 왔다"며 "지금 100석 아래로 갈까 말까 백척간두까지 와 있다. 100석 이하로 가면 개헌 저지선, 탄핵 저지선이 뚫리고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이 지금의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고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보이지 않는다"며 "여당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민심의 심판"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대로 그냥 가서 총선을 망치고 식물정권이 되든지 아니면 진짜 제대로 한번 변해보든지"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책임이고 반성해야 될 선거인데 이대로는 망하는데 대통령은 안 변하실 것 같다"며 "대통령이 안 변하면 여당이 변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헤어질 결심까지는 아니더라도 홀로 설 결심을 이제는 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특히 12월을 마지노선으로 설정, 최후의 수단으로 신당 창당 가능성도 열어 놨다. 유 전 의원은 "12월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선택할 것)"이라며 "떠나는 것, 신당을 한다는 것은 늘 열려 있는 선택지이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다. "12월에 가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 역시 "정당이 혁신하는데 100일 정도가 최소한으로 필요한 기간"이라며 "역산했을 때 (총선) 100일 전이면 12월 말 크리스마스 이후"라고 비슷한 시기를 꼽았다. 12월 말까지 국민의힘에 변화가 없다면 탈당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전부터 주류 측에서 공천권을 가지고 소위 '고사 작전'을 펼친다면 "가만히 당할 수는 없다"며 선제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들의 행보가 처음부터 탈당과 창당을 염두에 둔 일종의 '명분쌓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공천을 받더라도 본선 승리가 어려운 이 전 대표가 다른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의 경우에는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출마할 수 있는 지역구 자체가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이날 BBS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한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가 노원구에 공천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노원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상태"라며 "노원 지역에서 출마를 하려는 분이 노원에 코빼기라도 비치느냐"고 따져 물었다.
유상범 의원도 "(국민의힘에서) '이 전 대표를 내치려 하느냐' 또는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을 조장하느냐'는 등 많은 질문이 있었다"며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국민의힘은 절대 이 전 대표가 어떤 형태를 취하든 간에 막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가 내년 1월로 끝나는데, 해제되면 본인이 원하는 것을 국민의힘은 그대로 인정해 줄 것"이라며 "노원구에서 출마한다고 한다면 경쟁력을 갖춰 경선을 거쳐서 당연히 출마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거기서 전략공천을 세 번 받아서 안 됐으면 그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 제명 징계를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은 "내버려 두면 내년 총선에서도 당에 또 내부 총질을 할 것이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며 방송에 출연해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할 것"이라며 "외연확장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지 해를 끼치는 사람과 어떻게 같은 배를 탈 수 있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