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케이카 대비 400만~500만원 비싸
양사 모두 3일 무상 환불제… 4일부터는 재상품화 비용 청구
현대차 '온라인 중심', 케이카 '온+오프라인 통합'
현대자동차가 24일부터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의 '인증'을 거친 중고차의 가격과 서비스는 기존 중고차 업계에서 선보이던 것과 어떻게 다를까?
현대차 인증 중고차와 현재 중고차 업계 1위를 달리는 케이카의 서비스와 가격을 중점적으로 비교해봤다.
현대차 '인증' 값 얼마? 케이카 대비 200만~600만원↑
제조사가 직접 매입하고 인증 후 정비까지 해 판매하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현대차 인증 중고차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조건을 가진 차량일 때 케이카보다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600만원 이상 비쌌다. 양 사 어플리케이션(앱)에서 동일 차량에 같은 연식, 비슷한 수준의 주행거리, 무사고 차량을 기준으로 비교해봤다.
2021년식 제네시스 GV70 2.5 터보 모델의 경우 주행거리는 현대차가 2만1385km, 케이카는 3만798km를 달린 차량일 때 가격이 각각 5145만원, 4450만원으로 현대차가 695만원 더 비싸게 책정됐다. 현대차 더 뉴 아반떼(CN7) 차량 역시 2023년식 가솔린 1.6 인스퍼레이션 트림 기준 주행거리가 각각 4201km, 3069km일 때 가격은 2720만원, 2520만원으로 케이카가 200만원 더 저렴했다.
2023년식 신형 코나 가솔린 1.6 인스퍼레이션 트림 모델은 현대차가 5241km, 케이카는 3855km를 달린 모델일 때 각각 3210만원, 2960만원으로 책정돼 현대차가 250만원 더 비쌌다. 2020년식 그랜저 IG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 트림도 현대차가 2만3545km, 케이카는 3만1115km를 달린 차량일 때 각각 3990만원, 3630만원으로 360만원의 가격차를 보였다.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도 직접 직영으로 중고차를 매입해 판매하던 케이카가 중소 업체 대비 가격이 높은 편에 속했으나, 현대차 인증중고차는 케이카 보다 더 상위에 자리매김한 셈이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따라 중고차 업계 전반적인 가격대 순위는 '현대차 인증 중고차> 전문브랜드 직영 중고차> 중개 사업자 및 중고차 매매단지' 순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서비스 차이는?… 현대차 '온라인 올인' vs 케이카 '온+오프라인 통합'
각 사의 서비스 전략은 앱에서만 보더라도 두드러진다. 가장 큰 차이점은 현대차는 판매채널을 온라인으로 한정하면서 온라인 판매에 걸맞는 서비스를 대폭 늘렸고, 케이카는 온라인 구매와 오프라인 직접 구매가 모두 가능해 판매 채널을 상대적으로 넓게 가져간다는 점이다.
우선 현대차는 그간 중고차 업계 플랫폼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가득 채웠다. 대표적으로는 '오감만족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시각(360도 내·외부 콘텐츠 및 차량 하부 이미지) ▲청각(엔진 소리) ▲촉각(운전자석 시트 초근접 이미지) ▲후각(실내 공기 쾌적도 확인) ▲초감각(타이어 마모도) 등 5가지 정보를 앱을 통해 누구든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온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제한한 만큼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오감만족 서비스 뿐 아니라 차량 색상, 가격대, 옵션을 상세히 구분해 나에게 맞는 차를 추천받는 '내차 추천 서비스'도 있다. 또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활용한 인기 중고차 모델, 차량별 선호 성별, 나이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하이랩' 서비스 등 정보제공 콘텐츠도 다양하다. 하이랩과 같은 콘텐츠 서비스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확실히 드러나는 요소이기도 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구매도 100%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시대인 만큼 중고차의 온라인 판매도 불가능하지 않은 시대"라며 "미리 예약을 하면 오프라인 센터를 방문해 볼 수는 있지만, 100% 온라인 구매시스템이라 보는 중에도 차가 팔릴 가능성이 있음을 알아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케이카의 경우 다양한 매물과 소비자들의 후기를 중심으로 앱 서비스가 구성돼 있다. 5년, 10만 km 이하 매물만 취급하는 현대차와 달리 국산, 수입차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차종을 취급하는 만큼 더 많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간 자체적인 품질검사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왔던 만큼 케이카 역시 각 매물마다 품질 검사 이력을 시각적으로 제공한다. 현대차의 오감만족 서비스 수준은 아니더라도, 차량 평가사의 실명과 판금, 교환이 된 부분을 시각적으로 제공하면서 자체 품질검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현대차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프라인 센터 방문이 자유롭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케이카의 각 매물을 클릭하면 하단에 '직영점 방문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물을 눈으로 보고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해당 매물이 위치한 직영점과 방문 일자 등을 미리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대차와 달리 현장에서 차를 구매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환불 서비스의 경우 현대차는 7일, 케이카는 3일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차를 타보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정해진 기간 안에 언제든 환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케이카도 내달 19일까지 환불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7일로 늘렸다.
"내 차가 이 가격?"… 중소업체 'A급 매물' 확보 어려워질 듯
현대차의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을 바라보는 중고차 업계의 반응은 제각기 갈리는 모습이다. 현대차가 차량 가격 방어를 위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 만큼 판매 가격도 높지만, 반대로 매입 가격도 타사 대비 높게 책정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 가격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20여대의 차량을 비교해봤을 때 현대차의 중고차 매입 조건을 충족한 차량은 타사 대비 100~200만원 가량 높게 가격이 책정됐다"며 "현대차 인증 중고차를 이용해 차량을 구매할 때 가격도 높지만, 되팔때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그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차를 매입하려던 중고차 시장에선 매우 박수 받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중고차 매입 기준에 충족되는 차량의 경우 우선적으로 현대차에 매입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중소 업체에서는 현대차, 제네시스 차량에 한해 A급 매물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가 케이카 직영중고차보다 하이엔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중고차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 제네시스의 매물만 취급하는 데다 5년, 10만km를 넘어서는 매물을 찾는 경우 기존 업체들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어서다. 인증 중고차로 인식 전환이 이뤄지면 현대차 뿐 아니라 기존 업체들 역시 판매량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판매하는 중고차 매물들은 가격은 높지만 믿을 수 있는 중고차로 구성돼있고, 가격을 높이더라도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를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는 현대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며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 기본적으로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을 우선 조건으로 두는 만큼 중소 업체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