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건설혁신 대책' 발표…서울시, 설계~발주 전 분야에 대한 제도 개선 추진
공공건설 안전 직결 주요시공은 '하도급 금지', '동영상 기록' 모든 공공 공사장 확대
민간건설 하도급계약 적정성 검토 지원, 감리비 '공공예치', 안전 특화 감리 확보 추진
현장 근로자 기술력 향상 및 관리 강화, 발주자협회 설립 등 산업현장 체질 개선 단행
서울시가 건설현장에 만연한 부실공사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건설산업 혁신을 단행한다. 앞으로는 서울에서 '공공건설 공사'를 할 때 철근, 콘크리트 공사와 같은 건축 품질 및 안전과 직결되는 시공은 하도급이 아닌 원도급사가 100% 직접 시공해야 한다. 시는 전체 건설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분야'는 불법 하도급 단속부터 감리 독립성 보장까지 공사 전 단계를 밀착 관리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부실공사 제로 서울' 계획 브리핑을 열고 "지난 4월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같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등 최근 몇년간 전국적으로 부실 공사로 인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부실공사 사고의 위험이 시민의 삶과 아주 가까운 곳까지 와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더이상 두고볼 수 없어 반드시 바로잡아야 된다는 결의를 가지고 세심한 정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산업 내부는 설계, 시공, 감리뿐 아니라 발주자의 의식에 이르기까지 구 조적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구조 설계 무자격자에게 임의로 위탁해 설계가 부실해지고 무분별한 하도급 관행으로 실질적인 공사비가 낮아져 시공 품질이 떨어진다. 그 외에도 저가 수주 문제, 현장 근로자 숙력도 등 다양한 부실 요인들이 산재해 있고 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날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내놓고 '부실공사 없는 안전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실 공사가 발생할 때마다 마련했던 단편적 대책에서 벗어나 산업체질을 바꾸고, 관행처럼 박힌 부실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시는 대책 수립에 앞서 건설산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설계-시공-감리-발주'에 걸친 사례별 부실원인을 파악해 설계~발주 전 분야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부실공사 적발되면 '즉각 재시공' 의무화…시 발주 공사는 '원도급사 100% 시공' 원칙
시는 그간 벌어진 각종 부실공사 문제점을 토대로 3개 부문, 8가지 핵심 과제를 선정해 추진키로 했다. 먼저 '공공건설 분야'에서 부실공사로 막대한 피해를 준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원도급사에 '책임시공'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부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즉각 재시공을 의무화한다. 이와 관련해 시는 '서울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의무 재시공' 관련 내용을 추가해 내년 상반기 개정을 완료한 뒤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실공사 업체는 시에서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입찰 참가가 2년간 제한된다. 부실 내용에 따라 서울시 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해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고 명단도 공개할 계획이다. 또 건설 현장에서 저가 불법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 주요 공정은 100%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한다. 주요 공종은은 철근, 콘크리트 등 시설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면서 공사비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도급 금액은 원도급 금액 '90%'까지로 강화…10% 이상 이익 남기는 하도급은 엄격 검증
시는 또 입찰참가 시 '직접 시공' 여부가 공사 수주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평가 항목에 '직접 시공 비율'을 추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 시는 기술 보완 등으로 불가피하게 하도급이 시행되는 경우에는 '하도급 계약 적정성심사' 대상 금액 기준을 현재 원도급액 대비 82% 미만에서 90% 미만으로 강화하고, 수수료를 10% 이상 남기는 하도급 계약은 엄격하게 검증할 방침이다.
아울러 책임감리 제도 아래 공사를 총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감리원'에게 실제 현장에 나가 업무 보는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과도한 서류 업무를 없앤다. 또 현장감독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공사장 동영상 기록 관리'를 모든 공공시설 공사장으로 확대하고, 영세한 공사현장에는 '공사 기록용 촬영장비'도 대여해 준다. 70여 종에 이르는 감리 서류 중 불필요한 작업을 폐지하고 시 발주공사에 '상주 감리원' 비중을 최대한 늘린다.
다음으로 국내 건설공사 발주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건설 분야'에서는 하도급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한다. 기존에 공공분야에서만 시행됐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하고, 조합 건축주 등의 요청 시 지역 건축안전센터가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를 지원한다. 또 시공품질 관리를 위해 강우 중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타설한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강도를 점검한다.
시는 기존에 주택건설 공사에만 적용됐던 '감리비 공공예치 지급제도'를 일반건축물 공사에도 도입하기 위해 정부에 관련 정비를 요청할 계획이다. 시는 아울러 시공 미숙, 덤핑 입찰 등 건설 산업에 수십 년간 뿌리내려 온 고질적 관행도 개선한다. 숙련된 기능공 양성을 위해 시가 '기능등급 승급 교육'을 지원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받는 '차등 노임체계' 도입안을 정부 건의한다.
투찰가격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는 입찰제도에 대한 개선도 추진한다. '종합평가낙찰제(종평제)'의 기술이행능력 평가 만점 기준을 상향해 기술 변별력을 확보한다.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종평제를 100억원 이상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한다. 아울러 현재 86%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적격심사 낙찰율을 90% 이상으로 상향하고, 공사 예정가격 산정에 사용되는 표준시장 단가 현실화도 요구할 예정이다.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가칭)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를 구성해 건설산업 문화도 바꿔나갈 예정이다. 협회는 발주자 대상 교육과 함께 민간 정비사업조합 컨설팅, 하도급 및 감리계약 적정성 검토, 신규 발주정보 설명회 등 건설산업 지원 기능도 함께 수행하게 된다.
오 시장은 "이는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건설산업 혁신의 첫걸음을 뗀다"며 "이 부실공사 제로 서울 계획은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건설산업 전체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산업의 구조적으로 뒤바뀐 관행과 인식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래 걸리더라도 선진 건설문화를 정착시키고 안전하고 품격있는 서울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