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는 쓰지 마세요"…정부, 빈대 '대체 살충제' 긴급 승인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3.11.10 11:40  수정 2023.11.10 11:41

환경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디노테퓨란으로 만든 살충제 8개 제품 긴급 사용 승인

빈대가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 내성 보여 효과 떨어진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조처

정부 전문가 "화학적 방제, 필연적으로 저항성 문제 일으켜…인체·환경에 영향 줄 수 있어"

"인체에 노출되지 않도록 용법 및 용량 주의사항 반드시 지켜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빈대 공포가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빈대 퇴치 방역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뉴시스

전국 각지에서 빈대 출몰 신고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긴급히 빈대 살충제 사용을 승인했다. 이번에 승인된 제품은 기존 살충제에 저항성을 갖게 된 빈대를 방제할 수 있는 성분이 들어있는 대체 살충제 8종이다. 다만 8종 모두 전문 방역용 제품으로 가정에서 임의로 사용하면 안 된다.


1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빈대 방제를 위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디노테퓨란으로 만든 살충제 8개 제품을 긴급 사용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출현한 빈대가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에 대해 내성(저항성)을 보여 효과가 떨어진다는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른 조치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과학원에 추가 살충제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긴급 사용 승인 기간은 1년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국내에서 모기·파리·바퀴벌레를 방제하기 위한 용도로 이미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 사용 승인된 제품은 모두 전문 방역업자가 사용하는 방제용이며 가정용이 아니다.


과학원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가정에서도 쓸 수 있도록 안전성 검증 등 후속 승인 절차에 즉시 착수했다"라며 "저항성이 덜한 다른 살충제도 추가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체 살충제가 승인됐다고 해서 빈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이전부터 사용해온 지역에서 빈대가 저항성을 형성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어서다.


거기에다 안전성 심사를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벌레를 잡는 데 쓰는 살생물질은 인체에 유해할 수 있으므로 살충제를 살포하는 화학적 방제보다는 고열 증기로 소독하는 물리적 방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한승 국립환경과학원장은 “해충에 대한 화학적 방제는 필연적으로 저항성 문제를 일으켜 인체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증기(스팀)·고온 처리, 진공청소기 흡입 등 물리적 방제를 우선하고 화학적 방제(살충제 사용)는 인체에 노출되지 않도록 용법·용량과 주의 사항을 반드시 지켜 꼭 필요한 곳에만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 목록은 질병청 '빈대정보집'(www.kdca.go.kr)과 과학원 누리집(www.nier.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세계 공통종인 빈대는 주로 야간에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며 피를 빨아먹는데, 전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물릴 경우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새마을 운동과 1970년대 DDT살충제 도입 등으로 빈대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다시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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