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넘나든 '비둘기파' 조정식, 왜 친명 강경파가 됐나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입력 2023.11.17 06:00  수정 2023.11.17 08:40

'합리적인 온건파' 평가 받았지만…

지난해부터 "이재명 찐 동지" 자처

당 요직 거쳤으나 21대 공천 과정 불안

정치적 돌파구 위해 '무색무취'서 변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이 지난 5월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데일리안 DB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을 필두로 하는 22대 총선기획단이 당의 총선 전략과 구도를 짜는 데 몰두하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친이재명계'로 민주당 사무총장에 유임된 데 이어 당의 공천 준비 기구 수장까지 맡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다만 정치권 곳곳에서는 '친명 체제 최전선'에 위치한 조 사무총장의 행보를 '생소한 모습'이라 보는 기류도 감지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내외에서 비둘기파(온건파)로 평가받던 조 사무총장이 본격적으로 '친이재명계'를 자처한 것은 불과 지난해의 일이다. 조 사무총장은 '이해찬계'에 뿌리를 뒀지만 여러 선거를 치르면서 친명으로 환골탈태했다. 당적도 여러 번 변경됐다. 조 사무총장은 2002년 대선 당시에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회창 전 총재의 보좌역을 맡아 핵심 측근으로도 통한 바 있다.


최근 민주당 총선기획단 출범 후, 당내 비명계(비이재명계, 혁신계)에선 '공천 학살' 우려를 들어 조 사무총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비명들은 '수박(겉은 민주당이고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은어)'이란 수식어를 받는 등 강성 팬덤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사무총장이 과거 보수 정당과 접점이 있었고, 얼마 전까지도 '온건' '개혁'을 내세웠던 인물이란 점에서, 놀랍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조 사무총장은 통일민주당, 꼬마민주당,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을 거쳐 지금의 정당에 뿌리를 내렸다. '빈민 운동의 대부'로 불렸던 고(故) 제정구 전 의원의 정책 보좌관을 지냈고, 국민통합추진위원회(통추, 통합민주당내 새로운 정치세력) 인사들이 갈라질 때는 제 전 의원을 따라 1997년에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제 전 의원의 사망 후엔 통합민주당에서 같이 한나라당으로 건너온 이부영 전 의원의 보좌관을 역임했다.


이후 2003년에는 이 전 의원을 따라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 지금의 민주당계 정당에 뿌리를 내려 5선 중진이 됐다. 조 사무총장은 보수와 민주계열 정당을 넘나들며 실무 능력을 인정 받았고 당 안팎으로 '소통 창구' 역할을 도맡았다. 실제 3선 의원을 역임 중이던 때 이미 한 차례 사무총장(새정치민주연합)을 지냈고, 4선 의원일 때는 당 정책위의장도 맡았다.


하지만 합리적인 성향과 협상력, 실무 능력을 바탕으로 당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음에도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더군다나 2020년 3월 21대 총선 공천 정국에서 그를 둘러싼 당내 상황은 녹록지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가 강성친명의 선봉으로 변모한 배경 중 하나로 이때의 영향이 있었음을 꼽기도 한다.


경기 시흥을은 조 사무총장이 절대 강자인 지역이지만, 21대 공천 정국에서 시흥을 지역구의 단수 공천과 경선 여부가 늑장 결정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예비후보 간 3파전 경선'이 치러질 뻔한 위기가 있었다. 공관위의 경선 결정은 바로 다음날 민주당 지도부에서 반려 돼 결과적으로는 조 사무총장의 단수공천이 확정됐다. 조 사무총장은 당시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었는데, 당 지도부에서는 "코로나19 추경 추가 경정 예산 심사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경선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번복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조 사무총장의 노골적인 '친명' 자처 시점은 지난해 3월 경기지사에 출사표를 던지면서부터였다. 조 사무총장은 출마의 변에서 "이재명과 함께 했고, 이재명을 지켜온 '이재명의 찐(진짜) 동지'"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5선 중진에 주요 당직을 모두 거친 조 사무총장에게 남은 길은 당대표와 원내대표, 국회의장, 광역자치단체장 정도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변신'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와 인연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 대표가 당 부대변인을 맡았을 당시 자신이 원내대변인으로 재직했으며, 이후에도 △성남시장 후보-당 공천심사위원장 △경기지사 후보-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경기지사-경기지사 인수위원회 상임위원장 △대통령 후보-대선캠프 총괄본부장·특임본부장 등으로 손발을 맞춰온 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조 사무총장은 "자신이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돼서 지역구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면 좋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어 지난해 5월 치러진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서는 개딸들의 지원사격으로 뒷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의 독주를 깨는 데는 실패했다.


조 사무총장은 당시 출마 기자회견에서 "후반기 국회를 단단히 준비해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개혁국회', '민생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젊고 개혁적이며, 민주당 정신을 온전히 지켜온 유능한 중진 정치인이 후반기 국회의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 사무총장은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저 조정식은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국회의장직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함에도 '개딸'의 지지를 얻기 위해 비판을 감수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조 사무총장이 이전까지는 민주당에서 이미지가 강했던 분은 아니었다"며 "사무총장 인선을 예상 못했던 사람도 있고, 위기에서도 사무총장으로 유임되며 오히려 친명계 좌장까지는 아니지만 친명의 핵심 동력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굉장히 무색무취했는데 이재명 대표가 이름을 불러줘서 꽃이 됐다. 유임이 돼 사무총장직에서 내려오지 않은건 특별한 부탁이나 협조관계가 있으니 내려오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본인 입장으로서는 그게 살 길이라고 이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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