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쓴소리 계속 건의할 것,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달라"
김기현 "가감 없는 의견 전달해달라"
중진·지도부 등 험지 출마 얘기는 無
최근 갈등설이 불거졌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전격 회동하고 혁신이 계속돼야 한다는데 뜻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혁신위원회 출범 취지와 활동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고, 앞으로도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경우 소통하면서 풀어나가겠다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논란으로 떠올랐던 중진·지도부·친윤 의원들의 험지 출마 요구 등 민감 현안에 관한 논의는 오고가지 않은 만큼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은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당사에서 만나 42분간 면담을 진행했다. 인 위원장은 면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하는 일이 의사인데 메스를 대서 안 좋은 걸 덜어내는 일인데 굉장히 힘들다"며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당과도 같이 움직여야 된다. 불필요한 오해들이 많은데 오늘 소통하면서 풀어나가려고 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예정된 시각에 맞춰 면담장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가벼운 인사부터 주고 받았다. 김 대표가 먼저 인 위원장에게 "힘드시죠"라고 묻자, 인 위원장은 "에휴, 뭐 살아있습니다"고 답했다. 이에 김 대표는 "대단하시다"고 화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비공개로 40분 동안 얘기를 나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주제를 갖고 허심탄회하게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며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이번 혁신처럼 과거와는 달리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주고 활동해주신 거에 대해 감사드렸고, 앞으로도 혁신위의 가감 없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계속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인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 당과 우리 정치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 당의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건의를 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선 일부 쓴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이 "혁신위원 중에서 일부 불만족스러운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다. 혁신위가 의결한 안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당에서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말을 김 대표에게 전달한 것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혁신위는 앞서 통합·희생·미래를 키워드로 총 3호 혁신안까지 제안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의결한 안건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징계 취소뿐이다. 최근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된 중진·지도부·친윤 의원들의 희생과 청년에게 비례대표 50% 할애 등의 혁신안에 대해선 법률이나 당헌·당규 개정, 공천관리위원회 권한 등의 이유로 아직 당 지도부가 뚜렷한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당 상황과 절차, 불가피하게 거쳐야 하는 논의 기구 등에 대해선 이해해달라"며 "혁신위가 제안하는 내용들의 전체 틀과 취지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의 요구에 보류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날 회동에선 인 위원장이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 측의 신호' 등 민감한 사안도 화제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 앞서 인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언급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처음부터 국민의 기대와 국민의 허심탄회, 아무튼 소신 있게 하라는 그런 뜻으로 이해했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자리"라고 했다.
또 인 위원장은 김기현 대표가 자신의 거취는 스스로 정하겠다고 한 데 대해 "국회의원 하신 분들, 정치하신 분들은 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렇게 밀고 나가는 것은 인요한 위원장이 아니라 우리를 뒷받침하는 국민들이 모두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 변화를 위해 지금 좀 힘들 길을 걷고 있는데 꿋꿋하게 뚜벅뚜벅 걸어 나갈 것이다. 변함없다"며 압박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혁신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경진 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이 좀 더 혁신위의 안건 신속히 받아들여주면 좋겠다는 건 권고 말고 다른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당에서도 혁신위가 제안하는 내용들의 전체 틀, 취지에 대해선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위 아이디어와 정신과 원칙, 취지에 대해선 충분히 지금도 받아들이고 있고 그게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얘기가 오고 갔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도 공개 회동을 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의 입장을 너무 잘 이해하게 된다면 혁신위에서 혁신을 제안하는 데에 제한이 될 수 있다"며 "아주 꽉 막힌 상황이 아니라면 그 부분은 조금 자제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