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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가격 동결? 우린 예왼데”…도매사 결의에도 난감한 외식업계


입력 2023.11.21 06:14 수정 2023.11.21 06:1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소주 가격 동결 발표

강제성 없어…소주 납품가 인상 회원사 늘어나

20일 기점 대거 인상…외식업, 연말 메뉴가격 고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사거리 인근 24시간 영업 식당에서 시민들이 술잔을 부딪히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주류 가격 인상 요인이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류도매사가 당분간 소주 가격 동결을 공식화 하면서다. 강제성이 없는 만큼 소주 납품가를 인상하는 회원사가 늘고 있지만, 소비자 오해와 부담으로 인해 외식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지난 8일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당분간 소주 도매가격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공장에서 소주를 공급받아 식당·주점에 납품하는 도매 단계에서 공장 출고가 인상분을 감내해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는 취지다.


중앙회 측은 “결의문에 따라 전국 종합주류도매사업자들은 기업의 자구노력과 인상요인을 흡수해 주류 도매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결의했다”며 “국가의 물가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서민경제 안정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었던 만큼 일부 도매사는 결의대회 다음날이자 하이트진로의 출고가 인상 날인 9일부터 곧장 인상된 가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을 기점으로 일부 도매사가 대거 인상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또 내년 초에는 이번에 인상하지 못 한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주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종합주류도매사는 전국 1250개 정도다. 이 중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전국 16개 시·도협회와 1100여개 도매사업자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당분간 모든 소주 가격이 동결인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외식업계다. 식자재비 상승으로 메뉴 가격 인상 요인이 수두룩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주류 가격 인상 시기를 기다려 소비자들에게 우회 인상을 하고 있으나 올 하반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외식업계는 물가상승에 대한 여파를 직접적으로 맞고 있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채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임대료에 인건비는 물론 두부와 콩나물 등 식자재까지 전부 치솟은 상황에서 가격인상과 이윤 포기를 놓고 메뉴 인상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도매사가 이번 결의안에 맥주를 포함하지 못하면서 가격 인상을 놓고 저울질하는 중이다. 지난달 11일부로 국내 1위 맥주업체 오비맥주가 ‘카스’와 ‘한맥’ 공장 출고가를 6.9% 인상하면서 도매업체들 역시 이미 이같은 인상분을 반영한 도매 출고가로 납품을 시작했다.


서울 합정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30대)씨는 “도매사가 주류 가격을 동결했다는 기사를 봤지만 우리 거래처는 이미 인상된 가격으로 소주를 납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지난 10일부터 소주 3000원, 맥주 3000원, 생맥주 5000원으로 올려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표를 올려 받는데는 한계가 있고 이런식으로 술 가격이 오를 때마다 계속 올려 받으면 소비자들이 밖에서 술 안 사먹는다 소리 나올까 걱정”이라며 “다들 어렵다고 하니 일단은 다른 술집 움직임을 보며 눈치싸움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음식점에 주류 가격이 나타나있다.ⓒ뉴시스

정부는 치솟는 술값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식당 등 소매점에 주류를 유통하는 중간도매업 티오(TO·정원)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연말까지 용역을 마무리하고,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류 가격이 걷잡을 수 없게 치솟자 중간 도매업에 대한 경쟁 촉진에 나선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용 소주와 맥주 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각각 4.7%, 4.5% 올랐다. 이는 전체 물가상승률(3.8%)를 뛰어넘는다.


통상 주류는 제조 단계 이후 식당 등 소매점으로 유통될 때 면허를 가진 중간 주류 도매상을 거쳐야 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 도매업은 면허업자로 진입장벽이 높은데, 이를 낮춰서 업체들끼리 자율경쟁을 유도해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은 출고가격이 고정돼 있는데 소매업에서는 도매사마다 술값을 비교해 받을 수 있으니 인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다만 주류도매사가 늘어나도 메뉴 가격은 외식업계서 정해지니 소비자 가격까지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도 도매업이 그렇게 이윤이 높은 편은 아닌 것으로 안다. 진입장벽이 높은건 해소가 되고, 세습하고 편법으로 판매하는 불투명한 구조는 개선이 되겠지만 결국 큰 도매 업체들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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