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태국전 승리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19일(한국시각) 중국 CCTV 등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과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의 ‘축구 환담’을 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타위신 태국 총리로부터 “중국이 월드컵 (2차)예선에서 태국에 (2-1)승리했다”는 말을 들은 뒤 "운이 많이 작용했다고 본다. 우리 축구대표팀 수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기복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축구광’ 시진핑 주석은 중국축구의 발전과 함께 중국의 월드컵 개최와 우승을 꿈꿨지만, 모두 과거의 얘기가 됐다. 시진핑 주석이 추구한 ‘축구 굴기’에도 중국축구의 수준은 한국·일본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다. 중국 슈퍼리그 내 부패와 비리 사슬을 끊지 못한 중국은 대표팀의 전력 향상도 이루지 못한 채 2002 한일월드컵 이후에는 본선 무대도 밟지 못했다.
C조에 속한 중국(피파랭킹 79위)은 한국(24위)을 비롯해 태국(112위), 싱가포르(155위)와 경쟁한다. 상위 2개팀이 3차 예선에 진출하는데 객관적인 전력상 2위 자리를 놓고 다툴 것으로 보였던 태국을 꺾어 고무된 상태다. 21일에는 조 1위가 유력한 한국과 홈에서 격돌한다.
태국에 역전승을 거둔 중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우레이는 지난 17일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원정에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먼저 실점해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치렀다”며 태국전 역전승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강한 팀이다. 우리는 자세를 낮추고 싸워야 한다. 홈에서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무대를 경험한 우레이는 A매치 87경기에서 31골 터뜨린 중국 축구의 에이스다.
중국의 얀코비치 감독도 지난 13일 2차예선을 앞두고 한국전에 대해 “한국은 개인 기량이나 팀의 안정성, 선수들의 자신감 등 모든 면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권 팀이다. 그들과의 대결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라고 고전을 예상하면서도 "승리를 향한 열망을 안고 정신력을 보여주며 모두 함께 싸워야 한다.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역대 전적에서 한국이 중국에 절대 우위(22승12무2패)를 점한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는 ‘공한증’이라는 표현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감독이나 주장이나 모두 한국의 전력 우위를 인정하면서도 ‘홈에서 무기력하게 패할 수 없다’는 의지는 확실하게 전했다.
중국이 홈에서 한국을 상대로 승점이라도 획득하려면 탄탄하면서도 거친 수비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 1-0 승리를 시작으로 10월 튀니지전 4-0 승, 베트남전 6-0 승, 지난 16일 C조 1차전에서는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노리치시티) 등의 막강 공격진을 앞세워 5-0 완승했다. 밀집수비를 펼치면서도 한계를 느낀 싱가포르 선수들은 거친 수비로 한국 공격수들을 위협하며 시간을 보냈다.
거친 축구를 말할 때 중국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한국과 가장 최근 치른 맞대결(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에서도 중국은 3개의 경고를 받으며 ‘소림축구’를 이어갔다.
지난 16일 북중미월드컵 2차예선 태국전에서도 4개의 경고를 받았는데 절반이 거친 태클 때문이었다. 태국전에서도 4개의 경고를 받을 정도인데 한국전에서는 더 거친 수비가 우려된다. 클린스만 감독의 재택 근무 논란 속에서 한국 선수들은 최근 3경기에서 15골을 퍼부을 정도로 화력이 세다.
한국의 전력을 인정하고 있는 중국은 실력으로는 막을 수 없고, 홈에서 무기력하게 질 수 없다는 생각이라 거친 수비 외에는 답이 없다. 일찌감치 의욕을 꺾어 놓을 골을 넣고 조기에 승부를 가르는 것이 '소림 축구' 위협에 대한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