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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독과의 딜레마…"체포 절차 위법했다면 음주측정 불응해도 무죄" [디케의 눈물 139]


입력 2023.11.21 05:01 수정 2023.11.21 05:01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피고인, 경찰 거짓말에 속아 집 밖으로 나와 음주측정 요구 받아…불응해 기소됐으나 '무죄'

법조계 "음주측정시 경찰 신분 명확히 밝히고 미란다 원칙 고지 등 절차 준수해야"

"적법 절차 거쳐 현행범 체포했다면 문제 없었을 것…위법하게 수집된 증거, 효력 없어"

"경찰관이 기망해 운전자 불러낸 게 적법하더라도…측정 거부하면 현행범 체포, 직접 고지했어야"

음주단속 중인 경찰 모습.ⓒ연합뉴스

차를 박았다는 경찰의 거짓말에 속아 집 밖으로 나온 50대 남성이 음주측정을 거부해 기소됐지만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선 음주를 한 사실이 명백하게 의심되어도 체포 절차가 위법하게 이뤄졌다면 음주측정에 불응해도 문제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의 대원칙에 따른 판결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1-3형사부는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A씨는 2021년 12월 21일 자기 집에서 잠을 자다 경찰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차를 박았다. 잠깐 나와보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고 집 밖으로 나갔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목격했다는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했고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며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는 것을 보고 음주운전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찰은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A씨는 후배가 운전했다고 주장하며 거부했고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집에서 잠을 자고 있어 교통안전과 위험 방지를 할 필요성이 없었다"며 "단지 음주운전을 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A씨를 속여 음주측정을 요구한 것은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피고인은 체포되는 과정에서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 이유를 고지받지 못했다"며 "위법한 체포였던 만큼 음주측정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음주단속 중인 경찰 모습.ⓒ뉴시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음주를 한 사실이 명백하게 의심되어도 애초 체포 절차가 위법했다면 음주측정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측정을 하려면 먼저 경찰은 신분을 명확히 밝히고 지구대로 연행하는 과정에서는 동행을 거부할 권리, 묵비권, 변호사 선임 권리를 고지(미란다 원칙)하는 등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체포 과정에서 적법 절차 원칙에 따라 체포가 이뤄졌어야 하고 피고인이 당시 잠을 자고 있는 상황이 분명했다면 다음 날 오전 피고인을 소환하여 음주측정을 요구하고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체혈을 하는 등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음주상황이 명백했다면 경찰이 적법 절차를 통해 현행범 체포를 했을 경우 절차 위반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독수독과)'이라는 대원칙에 따른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비춰보면 만약 경찰관이 기망하여 운전자를 불러낸 것이 적법하더라도 측정 거부 시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고지했어야 한다"며 "이 경우 법원에서 무죄가 아닌 다른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음주측정을 위해 운전자를 강제로 연행하기 위해서는 수사상의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에 따라야 하고 위 절차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강제연행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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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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