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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 당론으로 횡재세 추진하는데…내부 의견은 분분


입력 2023.11.24 05:40 수정 2023.11.23 22:19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이재명표' 정책으로 총선 이슈 선점 의도

24일 정책위 차원서 전문가 간담회 개최도

내부선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 우려 제기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8일 오후 의원회관 정책회의실에서 열린 공공·필수·지역 의료살리기TF 1차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일명 '횡재세법'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당 기구인 정책위원회는 24일 전문가 간담회도 개최한다. '이재명표' 정책을 띄워 총선 이슈 선점에 대응하자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건 물론 법적으로도 이중과세 논란 등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예상된다.


민주당 정책위는 24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횡재세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는 '횡재세법'이라고 불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물론 강병구 인하대 교수, 김현동 배재대 교수, 나원준 경북대 교수,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우석진 명지대 교수 등이 참석한다.


횡재세법은 각 금융회사의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이 120%를 넘을 때, 넘는 금액에 최대 40%까지 '상생 금융 기여금'으로 부과·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에는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55명이 서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약 1조9000억원의 부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김성주 부의장은 민병덕·양경숙 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양정숙·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함께 전날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계속된다면, 민생을 담보로 한 은행의 이자수익도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사가 고금리로 벌어들인 초과이윤은 서민·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우리 국민의 고통과 부담으로 이뤄진만큼 다시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는데 정부와 여야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초과이윤 환수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관치 금융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법치 금융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아무런 제도적·법적 근거도 없이 상생금융이라는 명목으로 수조원을 요구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직권남용이자 무익한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형법에서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경우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형법상 직권남용을 고위공직자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법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진정으로 민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민생을 위하는 척 시늉만 할 것이 아니라면, 구시대의 잔재에 불과한 관치금융의 유혹에서 벗어나 금융사가 취약계층을 포함한 중산층과 서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지원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최적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 야당과의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22일 "횡재세는 다른 나라들도 다 도입한 제도이기도 하지만 우리도 반드시 도입해야 할 문제"라며 "코로나 사태, 경제 위기 사태에서 위기 덕분에 특별한, 과도한 이익을 얻는 영역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에너지 기업들일 것이다. 고금리로 고통받는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고(高)에너지 물가 때문에 고통받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똑같은 자리에서 영업하는데 힘센 사람이 대가랍시고 뜯어가는 것을 자릿세라 부른다. 그 자리에서 누리는 혜택 일부를 모두를 위해 쓰자고 합의를 거쳐서 제도를 만들면 그게 바로 세금"이라며 "자릿세를 뜯을 게 아니라 정당하게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자릿세는 힘 자랑이고 횡재세는 합의"라며 "자릿세를 뜯는 데는 힘만 필요하다. 뜯을 때는 기분이 좋겠지만 소위 조폭들의 심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물론 당 지도부가 횡재세 도입에 찬성하고 있고, 정책위 차원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당론과 다를 바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횡재세를 도입할 경우 이익 극대화 노력을 약화시켜 시장경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추진이 원활하게 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인 이용우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은행이 선제적으로 일정한 등급, 요건이 되는 사람들의 채무를 줄여준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채권)상각되고 이익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은행이 임의로 채무를 조정하면) 배임의 이슈가 있지만 개인채무자보호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할 수 있다. 그런 것부터 조치를 취해야 하고 횡재세법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통화에서 "횡재세 도입 문제는 여당은 물론 우리 당 내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횡재세 도입 추진을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한 뒤 "횡재세법은 여러 가지 법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우선 오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횡재세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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