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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사건, 국회 차원의 고발이 답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3.12.04 07:00 수정 2023.12.13 17:2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유엔과 아무런 상관도 없이 명칭·로고

무단 사용해 기업들로부터 44억 사취

유엔사무총장 배출한 나라서 전대미문

국제사기극…고발로 백일하에 밝혀야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은혜 교육부총리, 박수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장 등이 지난 2019년 11월 1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 방'이 없었다던 올해 국정감사에서 유난히 뜨겁게 달아올랐던 장면이 있다. 평소에는 관심을 받지 못하던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회사무처에 대한 국정감사다. 올해 국회 운영위의 국회사무처에 대한 국감은 유엔의 명칭을 사칭해 기업들로부터 수십억원을 사취한 전대미문의 국제사기극,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관련 질의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문재인정권 시절이던 2019년 11월,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초대 회장으로 출범했다. 박 전 수석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마치고 직전인 그해 6월까지 국회의장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때문인지 출범식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유은혜 교육부총리 등 민주당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렇게 출범한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시중은행을 포함해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44억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통령이 출범식에 직접 축전을 보낼 정도로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5년 임기 동안 일개 비영리 사단법인 출범식에 축전을 보낸 것은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반전은 이제부터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유엔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단체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지난 1월 제보되자 국회사무처는 20여 차례에 걸쳐 사실확인을 하고,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에 유엔과 제대로 된 공식 협약관계를 어서 체결하라고 재촉했으나 될 리 없었다. 끝내 지난달 2일 비영리 사단법인 등록이 취소되며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의 실체는 허무하게 사라졌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서 대담하게 유엔의 명칭과 로고까지 무단 사용한 국제사기극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44억원은 어떤 경위로 모였으며 이 돈은 어떻게 됐을까. 등록취소 직후인 지난달 8일 열린 국회 운영위의 국회사무처 국정감사에서는 의원들의 관심이 이 건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장면을 보면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국민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이 44억원이 넘고 현물도 있다. 이것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형 사기"라며 "유엔 산하 기구라고 하니까 믿고 수십억원을 기부했는데 국민들을 완전히 등친 것"이라고 이 사안의 성격을 규정했다.


김성원 "유엔 사칭하고 국회 허위등록해
44억 모금, 수사의뢰 적극적으로 하라"
이광재 "해비타트 고발 적극 검토하겠다
투명하게 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 약속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9월에 국회사무처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설립됐지만, 알고보니 유엔의 승인을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국회사무처가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의 도둑질에 망보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에, 유엔 로고 무단 사용과 기부행위·회계부정 등 전반적인 사기 행위에 대해 국회사무처가 수사의뢰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사무처도 속은 것이지 않느냐"며 "기부한 분들, 믿고 함께 했던 분들, 그에 따라 국회의 명예가 실추된 부분, 그래서 꼭 반드시 국회 차원에서 단호하게 고소·고발 조치를 해서 국회사무처의 책임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전반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미 시민단체에서 고발을 해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사무처 차원의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그것과는 또다른 문제"라며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유엔을 사칭해 국회사무처에 허위로 등록하고 44억원을 모금했는데, 수사 의뢰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정경희 의원 질의와 같이 국회사무처가 사기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또다른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박수현 전 수석의 출판기념회에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조직적으로 동원됐으며, 청와대로 기업인들을 불러 위원회를 소개하고 기부금까지 받은 의혹이 있다" "총선 출마 지역 지방지 기자들에게 수백만원의 광고 후원을 하는 등 불법선거운동의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곧 국회에서는 법률가 자문위원회가 열려 이 건에 대한 국회사무처 차원의 고발을 할 것이냐를 결정한다고 한다. 박수현 전 수석 본인조차도 이 건이 불거졌을 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가 아무리 급해도 박수현 한 명 잡으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다"고 공언했다.


그렇다면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사무처가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을 반대하거나 꺼리는 인물은 아무도 없는 셈이 된다. 이광재 총장은 당시 국감 말미에 "해비타트의 고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투명하게 해서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드시 국회사무처 차원의 고발이 이뤄져 이 '국제사기극'의 전말이 백일하에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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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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