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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휴진 강행한다면…주동자, '공무집행 방해죄' 형사처분될 것" [법조계에 물어보니 292]


입력 2023.12.13 05:24 수정 2023.12.13 05:24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의사협회, 일주일간 집단휴진 찬반 투표 진행…투표결과 '찬성' 나올 가능성 높아

법조계 "민간병원 소속 의사도 집단휴진 동참할 경우 '과실 치상 혐의' 대상 될 수도"

"의료계 노동 파업으로 국민 피해 입을 것…행정적 조치로 대규모 휴진 사태 막아야"

"집단휴진 보다는…'공적인 루트'로 의견 개진하는 작업 우선 이뤄져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에서 삭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11일부터 7일간 회원들을 대상으로 총파업(집단휴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의사단체 내부에서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투표 결과도 '찬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집단 휴진을 진행한다면 이를 독려한 주동자는 공무소에 일하는 분들도 휴진하도록 유도한 책임이 있기에 공무집행 방해죄 등의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의료계의 집단 휴진은 국민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되므로 영업을 한 달간 정지하는 등의 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의사 정원 확대 문제처럼 의협에서 생각하는 부분과 정부에서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면 집단휴진에 돌입하기보다는 공적인 루트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의협은 지난 11일 오전부터 연락처를 확보한 회원 10만여명에게 차례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전자투표 방식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의협은 투표 마지막 날인 1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전국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고, 대의원회 임시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방침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사들 사이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여론이 높은 건 확실하다"며 "정부가 의협과 상의 없이 대규모 (증원 계획) 발표를 한다든지 할 때는 학생이나 전공의, 모든 의사가 격앙돼서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게 된다면 이를 이끈 주동자들은 공무소에 일하는 분들도 집단 휴진하도록 유도한 책임이 있기에 공무집행 방해죄로 형사처분 받을 수도 있다. 공무소가 아닌 민간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도 집단 휴진에 동참할 경우 그들의 공백으로 적절하게 치료나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발생한다면 과실 치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다만 의협에서도 사경을 헤매거나 긴박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을 고려해 응급실 담당 의사들은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말라고 권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처분의 유무는 의사가 공공기관에 근무하느냐 혹은 응급실에 근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행정적인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집단 휴진과 같은 불법 집단 휴진은 계속 지속할 것이고, 근절하기 어렵다고 본다. 집단 휴진에 동참한 병원 혹은 의사에 한해서 영업을 한 달간 정지하는 등의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대한의사협회 협상단장을 맡고 있는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기관 산업과 달리 의료계는 노동 파업을 벌일 경우 국민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국민들이 의사들의 편의를 봐준 이유는 공익적인 부분에 대해 인정을 해줬기 때문인데, 이를 내팽개치고 집단 휴진에 돌입한다면 이해집단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며 "동시에 의사들이 단기적 휴진이 아닌 장기적 휴진에 돌입할 경우 별다른 이유 없이 치료를 거부하는 등으로 몰려 개인이 책임을 지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의사들이 정부의 정책이나 방침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싶다면 공적인 루트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다. 집단 휴진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며 "한 번 휴진하기 시작하면 대안이 만들어지고 그런 사례가 생기면 정부와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협상력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의사의 집단 휴진 카드는 실제 실행되기 직전이 가장 협상력이 높기에 이를 적절하게 활용해 국민건강권을 해치지 않으면서 의료계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태룡 변호사(법률사무로 태룡)는 "보건 의료 공백이 발생할 경우 응급 환자들이 겪게 될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의료계통 종사자들은 공익적 목적이 큰 직군이기에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많기에 이들도 자신들의 권리 일부를 감내해야 한다"며 "특히 의사들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을 하는 만큼 여러 제도적 보조와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권리 제한은 수반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이번 투표에 찬성율이 높아 집단 휴진을 진행한다면 적극적 집단 휴진을 독려한 주동자는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참여자들 역시도 가담 여부와 형태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겠지만, 집단 휴진 주도에 있어 역할을 했다면 처벌을 받을 것"이라며 "의사 정원 확대 문제처럼 의협에서 생각하는 부분과 정부에서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면 곧장 집단휴진에 돌입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등의 명분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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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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