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남녀에게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를 지시한 배후자가 경복궁뿐만 아니라 광화문 앞의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채널A 단독보도에 따르면 임 모(17)군과 김 모(16)양에게 낙서를 지시한 배후자 A씨는 경복궁 담벼락 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20일) 오후 1시 30분쯤부터 오후 7시 30분쯤까지 6시간가량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임 군과 김 양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경복궁에 이어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1시 42분쯤 경복궁 영추문 인근과 국립고궁박물관 담벼락 등 3곳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등을 적은 혐의를 받는다.
자신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라고 소개한 신원미상의 배후자 A씨는 임 군과 지난 11일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처음 접촉했다.
본인을 '이 팀장'으로 불러달라고 한 A씨는 임 군에게 스마트폰 지도 앱을 캡처해 낙서를 할 구역을 포함해 택시를 내릴 곳 등의 구체적인 이동 동선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새벽 1시에 거주지인 경기 수원에서 출발해 2시께부터 범행을 하라며 범행 시간까지 정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과정 내내 임 군과 실시간으로 연락하며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것.
임 군과 김 양은 실제 세종대왕상 근처까지 이동했으나 경찰이 많고 경비가 삼엄하다며 세종대왕상 낙서는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임 군과 김 양은 A씨가 지목한 서울경찰청으로 이동해 낙서한 뒤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씨는 텔레그램에 '일하실 분, 300만원 드린다'는 글을 올렸고, 임 군은 이 글을 보고 A씨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임 군과 김 양이 범행을 마치자 '수원 어딘가에 550만원을 숨겨놓겠다'고 한 뒤 연락을 끊었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망한 것 같다. 도망다녀라'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임 군과 함께 체포된 김 양에 대해선 범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날 오전 0시쯤 석방했다. 김 양은 임 군과 범행을 계획하고 동행했지만 직접 낙서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착수금을 입금한 계좌와 텔레그램 계정 등을 통해 A씨를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