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발기인 3만명 이상…李 지지자들 총출동
제3지대 주축들 한 자리 모여 "함께 미래로"
李 "살벌한 증오, 저주 문화와 결별하자"
'이낙연'이라고 하면 따라붙는 수식어인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는 자신이 주축이 돼 추진 중인 '새로운미래' 창당 발기인대회와 출범식에 참여해 지지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는 등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였다.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창당 발기인대회와 출범식에는 미리 준비한 의자 250개가 행사 시작 30여분 전부터 빈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지자들이 몰렸다. 이에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행사를 보는 지지자가 많았다. 새로운미래가 밝힌 창당발기인만 3만38명이며, 이날 현장에는 25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사람들은 이 전 대표가 일어나 통로를 지나갈 때마다, 발언을 할 때마다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우레와 같은 목소리를 쏟아냈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흰색·분홍색 하트 응원봉을 흔들고, 이 전 대표 뿐 아니라 새로운미래의 연대 대상인 다른 신당의 주축들에게도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새로운미래는 이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창당 절차에 들어갔다. 새로운미래는 다음달 초 중앙당 창당을 목표로 전국 시·도당 창당작업과 외부 인사 영입 및 당원 모집 등 세력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신당의 방향은 국익과 실용을 중심에 둔 포용적 중도개혁주의이다. 신당 과제로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선진 복지국가 건설 △1차원 외교가 아닌 중층적 '돌고래 외교'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을 확대하는 기존의 양극화 경제를 극복하는 활력 경제 △필요 충족의 맞춤형 디딤돌 복지 △저출생·고령화 위기에 능동적 대응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미래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 서효영 국제변호사가 맡았다. 이 전 대표는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최운열 전 의원이 미래비전위원회 위원장을, 신경민 전 의원이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장을, 김효은 전 이낙연 대선경선캠프 대변인이 신당 대변인에 선출됐다. 당명은 가칭으로 사용하던 새로운미래로 확정됐다.
이 전 부의장은 선출 소감으로 "오늘은 한국정치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양당정치와 혐오정치에 대해 고개를 돌렸던 국민들이 지금 이 순간을 지켜보고 계신다"며 "요즘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2월에 창당대회를 하고 나면 거센 태풍처럼 신당 바람이 휘몰아치리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우리가 걷는 길은 꽃길 아니라 가시밭길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정의가 우리 편에 있고 양심이 함께하고 있다"며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 힘을 모아서 국민의 가슴속을 파고들고 심장에 울림을 줘서 4월 총선에서 승리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의 인사말 순서에는 이날 행사 중 가장 큰 환호성이 이어졌고 "이낙연" 이란 연호도 멈출 줄을 몰랐다.
이 전 대표는 연단에 올라 "이렇게 많이 와주신 동지 여러분 감사하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제 한 몸 국민과 역사 앞에 내놓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는데 주력하면서 "과거의 모든 잘못과 결별하자. 살벌한 증오와 저주의 문화와 결별하자. 기존 정당은 조금만 의견이 달라도 적대하며 저주하는 문화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는 무능하고 타락한 윤석열 정권을 가장 준엄하게 비판하고 확실하게 견제해야 한다"며 "기존 야당은 윤석열 정권을 충분히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정권 앞에 꿀릴 것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윤석열 정권을 당당하게 꾸짖고 대안을 제시하자"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시 한 대목을 공유하면서 "삭막하기만 하던 삶 속에 한 줄기 빛이 다가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느냐"며 "망망한 바다도. 허허벌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행사에는 제3지대 신당 주요 인사들이 집결해 협력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날 새로운미래가 선보인 당색은 군청색이다. 행사장 내 새로운미래란 당명이 들어간 모든 부착물에는 군청색이 쓰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여러 세력이 힘을 합친 '제3지대 빅텐트'를 의미하듯 당색과 비슷한 색상에 흰색, 금색 줄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착용하고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축사에서 "정당의 색깔이 네이비다. 한국의희망의 색깔이 오렌지와 네이비이고 오렌지는 희망, 네이비는 신뢰이다.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도 (당색을) 오렌지로 갔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이 자리가 그냥 있는 자리가 아니다. 4월 총선에서 우리가 국민들이 열망하는 이 양당구조를 깨는, 이를 넘어서 이제는 과거와 단절하고 함께 손잡고 붙잡고 건너가자는 그런 자리"라며 "우리 함께 이제는 미래로 건너가자"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도 "또다시 정치 평론가들, 기존 정치인들이 '힘을 합하지 못할 거다, 서로 생각도 다르고 살아온 경로도 다르고 하는 일들도 달라서 서로 주도권 싸움하고 다투다가 주저앉을 것이다'라고 한다"며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3지대에선 '새로운미래' 외에도 민주당 탈당그룹이 주도하는 '미래대연합',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의 '개혁신당',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희망', 금태섭 공동대표의 '새로운선택'이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움직임이 본격화된 만큼 이날 행사에는 다섯 개 당의 주축 인물이 나란히 참석했다.
조응천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추진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지금 국회의 한 98%쯤을 차지하는 양당 대표는 안 왔다. 아마 민심을 잘 못 읽고 계시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비록 밖에서는 '저거 잘 뭉칠 수 있을까.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기득권 세력이 안 좋은 말들을 지껄여대고 있지만 우리 잘할 수 있다. 앞에 계신 모든 분들과 힙을 합쳐서 희망을 드릴 수 있다. 우리도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이 자리 모인 많은 분들은 사실 각자 정당에서 꿈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믿을 수 없는 야만적 힘들에 의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가 싫으냐, 윤석열 대통령이 싫으냐"라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각 당의 대표를 지냈던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건 엄청난 위기에 봉착한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제3지대 합당 및 세력 간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위기의식에 대한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공통점을 찾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행사를 마친 후에도 신당 주축 인물들을 향해 "함께해 달라" "함께하는 걸로 믿는다"라는 외침을 곳곳에서 이어갔다. 이 전 대표를 향한 "이낙연 대표님 존경한다" "사랑합니다"라는 응원의 목소리도 계속해 이어졌다.
동시에 이날 제3지대 신당 중 민주당과 뿌리를 같이하는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의 연대는 더욱 공고해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행사를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나 제3지대 신당들의 통합 시점을 묻는 질문에 "미래대연합이 그 일(제3지대 협력)의 플랫폼이 되겠다고 자임했기 때문에 그 문제는 미래대연합이 관리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협의체 같은 것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준석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사람 간 속도 차가 있어 보인다'는 질문에는 "큰 틀에선 같지 않으냐"고 답했다. 앞서 미래대연합은 설 연휴 전까지를 신당들의 1차 통합시한으로 공개 거론했으나, 이 위원장은 설 연휴 전은 이르다는 속도조절론을 피력해 왔다.
끝으로 이 전 대표는 향후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대한민국은 하루가 급하고, 급한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3년 이상 남은 일은 이야기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