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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은 숫자" 사우디, 든든한 명장 업고 16강행 …패장도 칭찬


입력 2024.01.23 14:19 수정 2024.01.23 14:2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 AP=뉴시스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6강행을 확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피파랭킹 56위)은 22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F조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피파랭킹 98위)을 2-0 제압했다.


전반 7분 키르기스스탄 아크마토프가 퇴장 당해 수적 우위를 점한 사우디는 몇 차례 골문을 두드리더니 전반 34분 칸노의 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전반에 이어 후반 7분에도 키르기스스탄 선수가 레드 카드를 받아 퇴장, 사우디는 11-9의 절대적 수적 우위를 점했다.


만치니 감독은 첫 번째 교체 카드를 꺼냈고, 사우디의 침투 패스는 계속됐다. 침투 패스 후 골문 앞으로 땅볼 크로스를 이어가는 패턴은 계속됐지만 좀처럼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다. 후반 39분에야 추가골이 터졌다. 교체 투입된 알 감디의 중거리 슈팅을 골키퍼가 어이없게 놓치면서 골문을 통과했다.


수적 우위 속에 2-0 승리를 챙긴 사우디는 2연승을 달리며 태국을 제치고 조 1위에 올라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2연패에 빠진 키르기스스탄은 F조 꼴찌로 내려앉았다.


사우디는 클린스만호가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상대라 관심을 모은다. 한국이 E조 1위에 오르면 D조 2위가 유력한 일본과의 ‘16강 한일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만, E조 2위에 그친다면 F조 1위가 유력한 사우디와의 16강 맞대결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를 넘으면 8강에서 호주, 4강에서 이라크 또는 UAE와 붙을 확률이 크다.


사우디는 한국-일본-이란 등과 함께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팀이다. 아시안컵에서 세 차례 우승(1984, 1988, 1996)을 차지했던 사우디는 2000년대 들어 준우승(2000, 2007)만 두 차례 기록했다. 2019 UAE 아시안컵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2022 FIFA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국부펀드(PIF)의 막강한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세계적인 명장 만치니까지 모셔왔다. 만치니 감독은 유럽 5대 리그에서 활약하며 13차례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을 지휘하며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정상에도 올랐다.


연봉도 2700만 달러(약 360억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중 가장 많은 연봉이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연봉에 10배를 초과한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사우디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우디는 아시안컵에 출전한 팀 가운데 일본-이란-한국-호주에 이어 다섯 번째로 피파랭킹이 높다.


16강 진출 확정한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 ⓒXinhua=뉴시스

경기 후 만치니 감독은 “랭킹은 일본·한국·이란·호주 순이다. 사우디는 한참 뒤져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봤듯,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토너먼트라면 더 그렇다”며 한국과의 16강을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 차이는 인정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사실 사우디도 안정적인 전력은 아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오만을 상대로 추가시간 ‘극장골’이 나오면서 오만(피파랭킹 74위)에 간신히 2-1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명장 만치니의 존재를 생각하면 부담스럽다. 패장이 된 키르기스스탄의 스테판 타르코비치 감독은 "만치니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더 조직적으로 만들었다. 2득점에 그쳤지만 상황에 따라 대응을 잘했다. (만치니 감독 아래서)사우디가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무색무취한 전술로 일관하며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클린스만 감독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초반부터 잘 풀린다면 손흥민-이강인-김민재 등의 개인 능력에 기대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요르단전처럼 꼬였을 때 타개책을 내놓아야 하는 감독의 전술적 능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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