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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운동권 잡자"…'한동훈표 자객공천'에 정치권 '술렁'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1.30 00:00 수정 2024.01.30 00:0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운동권 정치인' 지역구에 여권 인사 속속 등장

낡은 이념세대와 미래세대간 대결 구도 본격화

韓, 김경율 이어 윤희숙 언급하며 일각 신경전

권오현 "공정하게 공천할 것 믿고 준비하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운동권 척결을 위한 자객공천 카드를 꺼내드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이 직접 이번 총선 구도로 삼은 '낡은 이념세대와 미래세대간 대결'을 구체화하기 위해 86운동권 세력과 맞상대할 인물들을 직접 띄워주면서다.


앞서 한 위원장이 마포을에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 출마할 것이라고 직접 소개하는가 하면 이번엔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전 의원을 경제전문가라고 추켜세운 점이 대표적이다. 당내에선 이 같은 한 위원장의 공천 관련 발언들이 이슈를 선점한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순 있지만, 해당 지역구 내에서 불만의 불씨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좀 더 주의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동훈 위원장은 29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운동권 세력을 비판하는 와중에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 살릴 것 같느냐"라고 발언했다. 전대협 3기 의장 등을 역임하는 등 86 운동권의 간판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지역 출마 준비를 비판하기 위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86운동권 세력을 향해 "자기 손으로 땀 흘려서 돈 벌어본 적 없고 오직 운동권 경력 하나로 수십년간 기득권을 차지하면서 정치 무대를 장악해온 사람들이 민생 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부동산 실패와 국가채무를 무한정 늘리며 경제를 망친 주범들"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 위원장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운동권 척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영입인재를 활용한 운동권 청산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영입인재이자 비대위 대변인으로 임명된 호준석 전 YTN 앵커는 전대협 초대 의장을 지낸 이인영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에 도전하기로 했다. 또 중앙대 흑석캠퍼스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김영진 민주당 의원의 맞상대로 방문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을 내세운 것도 같은 궤로 읽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공천이 완료되기도 전에 특정인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다.


한 위원장이 윤 전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취지는 임 전 실장과 민주당의 주축을 이루는 86운동권들이 경제와 민생을 내걸고 있다는 사실의 부당함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천심사가 시작될 상황에서 특정 예비후보인 윤 전 의원의 이름을 한 위원장이 직접 거론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언급하는것 만으로도 해당 후보에게 인지도와 시선이 일거에 쏠릴 수 있는 만큼 같은 지역구의 예비후보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서다.


윤 전 의원과 같은 지역인 중성동갑에 출마를 선언한 권오현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언론에선 이미 (윤 전 의원이) 전략공천이 된 양 보도하고 있지만, 비대위원장께서 공정하게 공천 과정을 진행하실 것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며 "비대위원장께서 공정하게 공천하실 것을 믿고 꿋꿋하게 책임감을 갖고 준비해나가겠다"라고 적었다. 한 위원장이 윤 전 의원의 이름을 언급하며 힘을 실어준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소개하며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이 마포을에 도전한다는 내용을 직접 소개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친명이자 강성 운동권 출신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대항마로 김 비대위원을 점찍고 마포을 출마에 힘을 실어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면전에서 이 같은 상황을 맞닥뜨린 김성동 전 서울 마포을 당협위원장은 즉각 반발했다. 특히 김 전 당협위원장은 한 위원장과 김 비대위원 등에게 사전 언질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삼았으며, 공식 석상에서 갑작스러운 발언들로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점에 불만을 표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즉각 전략공천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공천에 사심을 집어넣었다는 '사천' 논란이 제기됐고, 이후 대통령실과의 갈등으로 번지면서 사퇴 요구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보다 하루 전에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 위원장은 인천 계양구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소개하며 계양을 출마에 힘을 실었다. 계양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다. 이에 윤형선 인천 계양을 당협위원장은 입장문을 내어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당내에선 한 위원장의 잇단 발언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소개했다고 다 공천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윤 전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건 대결구도를 잘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예시를 든 것일 뿐, 직접적으로 맞상대를 시키겠다고 말한 건 아닌 것 같다"고 한 위원장의 발언을 두둔했다.


반면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의도야 어쨌던 간에 분명히 누군가는 기분 나쁠 만한 말인 만큼 조심했어야 했다"며 "이런 민감한 시기에 굳이 이런 말들을 해서 불만을 갖게 만드는 사람이 생겨버리면 내부의 적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말에 주의를 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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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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