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녀 데려 가지마" 막아선 장모 폭행 혐의 '기러기 아빠'…무죄

피고인, 2020년 '손녀 데려가지 마라' 막는 장모와 다툼…전치 2주 상해 혐의

재판부 "어깨로 피해자 밀쳐 폭행했다는 점, 의심 없이 입증됐다 보기 어려워"

"경찰 수사과정서 한 주장과 법정 진술 엇갈려…신빙성 의심" 피고인 무죄

ⓒ연합뉴스

가족과 떨어져 살던 남성이 가족을 데려가려다 이에 반대하는 장모에게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으나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사위의 위치에서 장모 어깨를 밀치기가 어려웠고 장모의 진술이 오락가락 한 점을 들어 폭행 사실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존속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49)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0월 제주도 처가에서 '손녀를 서울로 데려가지 말라'며 막는 장모 B씨(68)의 가슴을 자신의 오른쪽 어깨로 밀쳐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 판사는 "B씨 진술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어깨로 피해자의 가슴을 밀쳐 폭행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사건 당시 딸을 안고 급히 내려가려 계단 한두 칸 아래에 있었던 사위 A씨가 계단 위에 있었던 장모 B씨를 어깨로 밀치는 폭행을 하기가 이론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위가 휘두른 팔에 맞았다'고 한 B씨가 재판에선 '손녀를 붙잡으니 사위가 몸을 돌려 어깨를 밀쳤다'며 말을 바꾼 점을 볼 때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여기에다 B씨가 '신고 과정에서 사실을 과장해 진술했다'고 인정한 점을 들어 A씨가 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지적했다.

2014년 결혼한 뒤 2019년부터 양육 등을 위해 딸과 아내를 제주 처가로 보낸 후 '기러기 아빠'로 지내던 A씨는 2020년 10월 가족을 서울로 데려오려 제주 처가로 내려갔지만, 아내와 장모가 반대했다.

이에 A씨는 아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딸을 안고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장모와 충돌이 있었다.

B씨 신고를 받은 검찰은 A씨를 약식 재판에 넘겼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요청한 끝에 무죄를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