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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정부가 재난 만들고 중대본 설치는 코미디…이제 토론은 없다"


입력 2024.02.24 10:12 수정 2024.02.24 10:14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23일 정례브리핑…"잘못된 정책 강행한 것 국민 앞에 사과하라"

"진료 차질 빚어지는 곳 상급병원 비롯 수련병원…비대면 진료로 문제 해결? 맞는 말인가"

"사직서 내고 직장 그만둔 것 뿐, 전공의 진료 거부한 적 없어…어떻게 진료 거부할 수 있겠나"

"앞으로 정부와 또 다른 토론 없을 것…장관 나옴으로써 '우리는 할 만큼 했다' 쇼할 것 같아"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진료공백에 대비해 정부가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것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부가 재난 상황을 만들어놓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하는 것은 코미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의협 비대위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누가 봐도 무리하게 포퓰리즘 정책을 강행해 평온하던 의료 시스템을 재난 상황으로 몰아간 것은 정부"라며 "그런데 재난을 수습하겠다고 중대본을 설치하는 코미디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고 의료 현장에서 피땀 흘리는 의사들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보건의료재난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내놓은 정책들에 대해서도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면서 비판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커지자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초진' 환자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는 것이다.


주 위원장은 "현재 진료 차질이 빚어지는 곳은 중증·응급환자를 중점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수련병원"이라며 "그런데 중증·응급질환에는 적용조차 불가능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냥 사직서를 내고 직장을 그만둔 것일 뿐, 전공의들은 진료를 거부한 적 없다"며 "의료기관에서 종사하지도 않는 의사가 어떻게 진료 거부를 할 수 있겠나"고 따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22일 밤까지 주요 94개 병원에서 소속 전공의의 약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낸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주 위원장은 우리나라 의사 1인당 연간 진료 수가 6113건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 복지부의 설명을 두고는 "대한민국 의사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 이상 일하는 이유는 원가의 70% 수준이자OECD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가를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원하는 의료 시스템이OECD 평균에 맞추는 것이라면 수술 대기시간, 치료 가능 사망률 등 OECD 평균보다 월등히 우수한 각종 보건의료 지표도 평균 수준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동의하셔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비대위는 오는 25일 전국확대 대표자 회의에서 진행할 투표는 집단행동 찬반을 묻는 게 아니라, 향후 비대위 차원의 행동 시작과 종료를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할지를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2020년 전면적 행동을 마무리할 당시 전공의들은 계속 싸우는데, 당시 의협 집행부가 (행동) 종료를 선언함으로써 혼란에 빠졌고, 의협에 대한 전공의들의 신뢰가 깨졌다"며 "앞으로는 그런 혼란을 막고 집행부 독단으로 할 수 없게 중대 결정의 시작과 종료를 회원 투표로 결정할지를 묻는 투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도 의사들 말을 새겨듣고 막다른 골목에 가서 그런 결정을 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 비대위와 복지부의 공개 토론이나TV출연은 '명분 쌓기', '쇼'로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오늘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복지부 차관의 토론회가 있고, 복지부 장관은 내일 뉴스 프로그램 대담에 나온다"며 "이건 명분 쌓기로, 앞으로 정부와 또 다른 토론은 없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따로 나옴으로써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쇼할 거 같다"며 "국민이 불편을 겪는 게 우리가 원하는 건 아니다. 이걸 국민들께서 알아야 하기에 우리도 (토론 등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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