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가지 아쉬웠던 최정우의 5년 [박영국의 디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3.19 10:55  수정 2024.03.19 13:17

주주사 체제 전환, 기업가치 제고, 배터리 사업 성장 등 여러 성과

차기 회장 선임 과정서 거취 표명 늦어지며 논란 키워

장인화 차기 회장 및 이사진에 부담 남겨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포스코홀딩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한 효율적 경영체제 구축 및 기업가치 제고.

자산 총액 기준 재계 순위 6위에서 5위로 상승.

상장사 시가총액 35조원대에서 80조원 이상으로 성장.

배터리 소재 및 친환경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2018년 7월 포스코 지휘봉을 잡은 최정우 회장이 지난 5년여간 쌓은 업적은 실로 화려하다. 고(故) 박태준 창업회장 이후 포스코의 가장 큰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온 수장이 최 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 철강을 만드는 전통적인 굴뚝 기업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그룹의 현재 캐시카우와 미래 성장동력을 효율적으로 재편했고, 기업 가치를 드높였다.


특히 배터리 원료‧소재 부문에서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을 빼놓고 국내 배터리 공급망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행사에 ‘패싱’ 당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는 역대 모든 회장들이 정권 교체 이후 감수해야 했던 ‘눈칫밥’의 한 방식이었지, 최 회장의 잘못은 아니었다. 오히려 굴욕을 참아내며 역대 최초로 연임을 완주한 회장이라는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게 됐다.


그런 그에게도 아쉬운 행보가 있었다. 주로 임기 말에 벌어진 일이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고, 모두의 시선이 그의 거취 표명에 집중돼 있을 때 그는 입을 닫았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담당하는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되는 상황에서도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3연임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 만한 상황이었다.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게 마련이다. 3연임의 야망을 품었다면 사전에 밑 작업을 해놨을 것이라는 뒷말들이 오갔고, 의혹의 화살은 최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홀딩스 사내외 이사진의 과거 행적을 향했다.


두 차례에 걸친 호화 해외 이사회. 물론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다른 기업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사안이 고발로 이어졌다. 단순히 회사 돈을 펑펑 썼다는 비난에 그치지 않고 최 회장이 3연임을 위해 사외이사들을 구워삶은 게 아니냐는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됐다.


후추위가 추린 차기 회장 후보군에 최 회장이 제외된 상황에서도 논란은 계속됐다. 이번엔 최 회장이 고문역으로 물러나더라도 후임으로 자기 사람을 심어놓을 것이라는 억측까지 나왔다.


후추위 전원이 사외이사진으로 구성된 터라 후추위 운영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심지어 차기 회장 최종 후보인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에게까지 파장이 미쳤다.


시계를 석 달 전으로 되돌려 보자. 2023년 12월 19일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에서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포스코그룹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이사회 이전까지 자신의 연임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 관측대로 최 회장의 거취 표명이 있었더라도 이후의 혼란이 동일하게 펼쳐졌을까.


당시 최 회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퇴임을 염두에 뒀으나 남은 임기 동안 ‘레임덕’을 우려해 입단속을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지난 5년간 이뤄온 업적들을 경영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갈 적임자가 자신 외에는 없다는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 좋은 성과를 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포스코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장기 집권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과거의 사례들을 통해 증명됐다. 능력의 유무를 떠나 포스코그룹 회장 3연임은 과욕으로 비쳐질 수 있고, 포스코그룹은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8일 이임식과 함께 회사를 떠나는 최 회장의 뒷모습을 보니, 좀 더 이른 시기에 거취를 밝히며 ‘2연임 완주’라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아름다운 퇴장’을 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후임인 장인화 후보와 사외이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순조로운 권력 이양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면, 최 회장의 5년은 마무리까지 완벽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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