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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점심시간 주정차단속 완화에…상인·시민들 '불만만 가중' [데일리안이 간다 51]


입력 2024.04.05 05:01 수정 2024.04.05 05:01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종로구, 지역상권 활력 위해 관내 16곳 점심시간대 주정차 단속 완화

인사동 상인들 "매출에 하나도 도움 안 돼…주차 해놓고 다 다른 볼 일, 상권 죽이는 꼴"

"직장인들도 차 안 가지고 걸어오는 곳…차량 한 두대 가지고도 보행자 통행 불편하고 정체되는 곳"

"주정차 단속 완화하는 구간 말고는 오히려 단속 강화, 생계 지장…오후 시간대도 완화해 달라"

4일 오후 1시께 종로구 인사동길 새마을금고 앞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 옆으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서울 종로구가 관내 16곳에 점심시간대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주정차 단속을 완화하기로 했다. 인근 상권을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이용 편의를 제공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도입지만 보행자 통행이 많은 상권에서는 오히려 점심시간대 주정차 완화는 장사에 방해만 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곳을 주차장으로만 이용하고 다른 볼 일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인사동 상권, 대부분 걸어오는 직장인들…주정차 완화로 보행자 불편, 탁상행정"


데일리안은 4일 오후 1시께 주정차 단속 완화 대상 구역인 종로구 인사동길을 찾았다. 도로변에는 주차된 차량과 유모차,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50여년간 도자기를 팔아온 최모(87)씨는 "점심시간대 주정차를 완화해 본 들 매출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며 "인사동 한복판에 차가 있으면 상권을 되레 죽이는 거다. 여기다 차량 주차해놓고 고궁놀이갔다가 볼 일 다 보고 가져갈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돈 꽤 있다는 사람도 골목골목에 불법으로 차 세우려고 난리법석"이라며 "장사가 안 되는 곳에 단속을 완화해야지 이렇게 왕래가 많은 인사동에 단속을 왜 완화하느냐"고 비난했다.


인사동에서 50년 동안 분식을 팔아온 상인 A씨도 "인사동길은 음식 허가를 안내주는 곳이라 1층에 식당이 없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점심 먹고 가는 직장인들도 사무실에서 나오니 차를 가지고 나오는 사람은 없다. '차 한두대 주차하는 것 쯤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차량 통행이 안 돼 정체되기 십상인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포장마차에서 엿을 판매하는 이모(62)씨도 "인사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상권이라 주정차는 보행자를 오히려 불편하게 만든다"며 "차없는 거리가 되고 좋아졌는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4일 오전 11시께 광화문역 8번 출구 앞 도로변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김하나 데일리안 기자
◇ 주차단속 완화 지역 아니면 단속 강화돼 상인들 생계 어려움


반면, 찾아오는 손님이나 배달기사가 주정차 위반 단속을 당해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인사동에서 3대째 화방을 운영하는 임모(53)씨는 "캔버스와 같이 부피가 큰 제품의 경우 공영주차장에 있던 손님들이 차를 가져와 잠깐 싣는데도 단속이 되니 불편하다"며 "악세사리면 몰라도 부피가 있는 물건은 택배차량에서 점심시간 이후에 싣고 옮겨야 하는데 잠깐 사이에 무인단속 카메라에 찍혀 6만원을 냈다. 한달새 10번가량 단속된 적도 있다. 마구잡이로 주차하는 것은 문제지만 오후 시간대 단속 규제 완화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8번 출구 앞 소형 음식점 주변 도로변에는 화물 차량이 차량번호가 보이지 않도록 트렁크를 활짝 열어두고 있었다. 바로 도로변 한쪽에 '무인단속 구간 불법주정차 CCTV'라고 적힌 안내문구가 걸려 있었는데도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4일 오전 광화문역 8번 출구 앞 도로변에 배달기사 차량이 주차돼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광화문역 8번 출구 일대에서 23년 동안 배달을 해온 기사 박모(59)씨는 "보통 이 구간이 점심시간에 식사하러 온 손님들의 차량이 많은 곳이라 종종 여기서 먹곤 했는데 지난달 25일 CCTV 단속 카메라가 갑자기 생기면서 이젠 세울 수 없게 됐다"며 "주정차 단속을 완화하는 구간 말고는 오히려 단속이 강화됐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일한 뒤 밥도 먹고 짐도 내리고 그랬는데 요즘은 밥도 거의 못 먹는다"며 "CCTV 단속 카메라에 찍히면 4만원"이라고 전했다.


4일 광화문역 8번 출구 인근 편도 1차선 도로변에 한 차량이 인도까지 침범해 주차하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 편도 1차선 도로변에 인도까지 침범해 주차


광화문역 8번 출구 인근 편도 1차선 도로변에는 차량 한 대가 인도까지 침범해 세워져 있었다. 이 차량의 운전자는 전병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폭이 좁은 차로에서 일부 운전자들은 해당 차량을 우회하느라 반대편 차량이 오지 않을 때 중앙선을 넘어 가야했다. 전병을 파는 상인은 "직장인이 많아 이 구역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라며 "다른 차량이 불편하지 않도록 차를 일부러 인도에 올려놨다. 이 구역에 3번 정도 왔는데 차량이 그렇게 많이 다니는 구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본 운전자 신모(65)씨는 "차도가 좁아 중앙선을 넘어가야 하는데 저 차 때문에 지장이 있다"며 "이 도로변이 의외로 차량 왕래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먹고 사는 문제니 어쩔 수 없다지만 한 사람으로 인해 여러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운전자 김모(60)씨는 "한시적으로 주정차를 허용하는 시간대라 하더라도 차선이 좁은 도로라면 한 차선을 막고 있는 셈"이라며 "누군가가 편하면 누군가가 불편해진다. 삼청동도 몇 군데 이런 구역이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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