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보수 지지층 표심 반영 안되며
막상 개표하니 일부 지역서 與 반전
권영세·나경원·조정훈 등 승리해
72억 투입되는데 총선서 계속 고전
'총선'에서 유독 약세를 보여온 지상파 3사 출구조사가 22대 총선에서도 '숨은 표심'을 잡아내는데 실패했다. 개표를 시작한 뒤 승패가 뒤집히거나 출구조사에서 예측한 것보다 후보들의 격차가 적게 나는 등 여러 한계가 드러났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개헌저지선(101석)을 지키는 것이 위태로워질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국민의힘은 이를 웃도는 의석을 확보하기도 했다.
4·10 총선 본투표가 종료된 10일 오후 6시 지상파 방송3사(KBS·MBC·SBS) 22대 총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범야권은 200석 안팎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튿날인 11일 새벽까지 이어진 개표 결과 범야권 의석이 180석 안팎을 기록, 200석 안팎을 예상했던 출구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방송3사 출구조사는 국민의힘의 개헌저지선 붕괴와 사수 여부뿐 아니라, 지역구 당선인 예측에도 실패했다. 국민의힘의 패배도 '대패'가 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막상 국민의힘은 총선 최대 승부처인 한강벨트 곳곳을 탈환·사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출구조사 사업비로는 72억원이 투입되지만 막대한 돈을 들인 것에 비해 유독 '총선'에선 계속해 적중률이 빗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3사의 '대선' 출구조사의 경우 당락을 적중시켜온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총선은 지역구가 254개에 달하는 데다 '사전투표'도 출구조사의 직접 대상이 아니다. 그런 점 때문에 대선과 지선에 비해 부정확하며 결과를 맞히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란 예측에는 성공했으나, 정확한 의석 수는 적중시키지 못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출구조사 결과 '열세'로 집계되던 수도권 지역들이 '반전 승부'를 펼친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국민의힘 후보인 권영세(서울 용산)·나경원(서울 동작을)·안철수(성남 분당갑)·김은혜(성남 분당을)·김재섭(서울 도봉갑)·조정훈(서울 마포갑) 후보가 막상 투표함을 열어본 이후에는 당선증을 받았다. 이준석 개혁신당(경기 화성을) 후보도 출구조사 결과와 다르게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나경원 후보의 맞상대였던 류삼영 후보, 안철수 후보와 붙었던 이광재 후보, 이준석 후보와 붙은 공영운 후보 등은 예측을 깨고 낙선을 해, 지상파 3사 출구조사가 또 체면을 구긴 셈이란 평도 나오고 있다.
앞서 21대 총선에서 적중률이 빗나갔던 이유 중 하나로는 당시 출구조사 대상이 아닌 사전투표율이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꼽히기도 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보다 높은 31.28%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해 지난 총선보다 4.59%p 높았다.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보수층의 결집'으로, 야권에서는 '정권심판론'이 작동한 것으로 봤으나, 출구조사에서는 이 같은 표심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은 것도 예측에 한계로 작용했다.
전날 오후 6시 이후 이뤄진 4·10 총선 개표방송에서는 개표에 따라 승부가 바뀌는 지역이 속속 등장했다. 국민의힘은 범야권 압승이란 출구조사 직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라는 반응부터 내놨으나, 개표가 시작하자 역전세를 보이며 국민의힘의 기류는 초반보다는 안정됐다.
대통령실이 있어 사수를 해야하는 상징성을 지닌 서울 용산 지역구에서는 당초 강태웅 민주당 후보가 50.3%,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가 49.3%를 득표할 것이라고 예측 발표됐다. 단 1%p 격차다. 개표 결과 권 후보는 51.77%를 기록, 47.02%의 강 후보를 꺾었다.
서울 동작을에서는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출구조사와는 달리 류삼영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출구조사에서는 류삼영 후보가 52.3%, 나경원 후보가 47.7% 득표할 것이라고 예측 발표됐다.
경기 분당을 지역구를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 결과에선 김병욱 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두 후보 득표율은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이어가다 끝내 김은혜 후보가 역전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도 출구조사에선 47.2%를 기록하면서, 오차범위 내인 5.6%p 차이로 이광재 후보(52.8%)에 패배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당락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서울 도봉갑에서는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 역시 출구조사와는 달리 이재명 대표가 전면 지원한 안귀령 민주당 후보를 꺾고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출구조사에선 안귀령 후보는 52.4%, 김재섭 후보는 45.5%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두 후보의 격차는 6.9%p로 경합 지역으로 분류돼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마포갑에서도 이지은 민주당 후보는 52.9%,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는 43.5%로 조사되며 9.4%p로 이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실제 승부에선 조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국민의힘은 출구조사와 달리 서울을 기준으로 21대 국회보다 추가로 지역구를 탈환하며 총 11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외 지역에서는 경기 화성을에서 공영운 후보 43.7%, 이준석 후보 40.5% 득표할 것으로 예측되며 경합지로 분류됐으나, 결국 이 후보가 승기를 거머쥐었다.
또 경남 양산을에선 김두관 민주당 후보가 50.6%를 얻을 것으로, 김태호 국민의힘 후보는 49.4%로 집계돼 두 후보간 1.2%p 차 초접전 양산을 보였으나 막상 김태호 후보가 생환하며 출구조사 예측 '승패'가 또 틀리게 됐다. 출구조사와 반대로 양산을에서는 김태호 국민의힘 후보가 득표율 51.05%로 김두관 민주당 후보(48.94%)를 앞서면서 당선이 됐다.
출구조사 예측이 빗겨간 데는 사전투표 중 보수 성향이 비교적 높은 '60대 표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6일 실시된 4·10 총선 사전투표에서 60대가 가장 많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중 1384만9043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60대가 314만1737명(22.69%)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의힘이 개헌저지선을 겨우 사수할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서도, 60대의 비중이 컸던 사전투표가 개표에 합해지며 일부 지역에서 '반등'을 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